ASML, EUV 고출력 광원 혁신 공개

2026-02-24 13:00:04 게재

2030년 반도체생산 50% 증대

시간당 웨이퍼 330장 제조 목표

<기업발표 들여다보기>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핵심인 광원 출력을 대폭 끌어올리는 기술 진전을 공개했다고 로이터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SML은 2030년까지 같은 장비로 생산할 수 있는 칩 물량을 최대 50%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에서 경쟁 기술 개발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ASML이 기술 격차를 더 벌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ASML은 상업용 EUV 노광 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업체로,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첨단 칩 생산 업체들이 고객사다. ASML에서 EUV 광원 기술을 이끄는 수석 기술자 마이클 퍼비스는 회사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시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번 성과는 잠깐 보여주기식 시연이 아니라 고객사 현장에서 요구되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상태로 1000와트 출력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EUV 노광 장비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여서,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와 협력해 이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아왔다. 미국에서는 서브스트레이트와 엑스라이트 등 스타트업들이 ASML 기술에 맞설 대안을 개발한다며 수억달러 자금을 조달했고, 엑스라이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 지원금도 확보했다.

ASML 본사의 EUV 노광 장비. 로이터=연합뉴스
ASML은 잠재 경쟁자들과의 거리를 더 벌린다는 목표다. EUV 장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은 부분인 광원에서, 고출력·고특성의 EUV 빛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대량 생산에 쓰게 하는 것이 관건인데, ASML 연구진은 광원 출력을 현재 600와트에서 1000와트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출력이 커지면 시간당 생산 가능한 칩 수가 늘어 개당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는 사진을 인화하듯 EUV 빛을 감광액으로 코팅된 웨이퍼에 비춰 회로를 찍어낸다. 광원 출력이 커지면 노출 시간이 줄어 생산성이 올라가고, 칩 원가도 낮아진다. ASML의 EUV 장비(NXE 라인)를 총괄하는 테운 판 호흐 수석부사장은 “2030년 무렵 장비 한 대당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이 현재 220장에서 330장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이퍼 한 장에는 칩 크기에 따라 수십~수천개 소자가 들어간다.

ASML은 이번 출력 상승을 기존 방식에서 한층 더 강화해 얻었다고 설명했다. 파장 13.5나노미터의 EUV 빛을 만들기 위해, ASML 장비는 주석 용융 방울을 밀폐 공간 안으로 연속 분사한 뒤, 대형 이산화탄소 레이저로 이를 플라스마 상태로 가열한다. 플라스마는 주석 방울이 태양보다 뜨거운 초고온이 되는 상태로, 여기서 EUV 빛이 방출된다. 방출된 빛은 독일 카를 차이스가 공급하는 초정밀 광학 장치로 모아져 노광 시스템으로 전달된다.

핵심 개선점은 주석 방울 분사량과 레이저 조사 방식을 바꾼 것이다. ASML은 초당 주석 방울을 약 10만개로 두 배 늘리고, 플라스마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의 단일 성형 레이저 발사 대신 두 차례의 더 작은 레이저 발사를 쓰도록 전환했다.

콜로라도주립대의 레이저 기술 전문가 호르헤 J. 로카 교수는 “동시에 많은 기술을 정교하게 다뤄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인데 1000와트 달성은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로카 교수는 이 분야에서 여러 ASML 과학자를 길러낸 인물이다.

ASML은 이번 기법으로 1500와트, 나아가 2000와트까지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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