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먼 “10년 뒤를 보라”…1천억달러 투자 설득

2026-02-24 13:00:04 게재

핀테크·빅테크까지 경쟁자로

잉여 자본 600억달러 쌓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연간 105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지출 계획을 두고 투자자 설득에 본격 나선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이 23일(현지시각) 장 마감 후 투자자 설명회를 열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올해는 전통적인 연례 투자자의 날 행사 대신 2시간짜리 압축 발표로 대체했다. JP모건은 행사 전날 참석자들에게 뉴욕에 눈보라가 예보됐음에도 예정대로 대면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번 행사는 JP모건이 2026년 비용 전망치를 시장 예상보다 훨씬 높은 1050억달러(전년 대비 10% 증가)로 제시한 지 두 달 만에 열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 등 경쟁사들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지출 계획을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바클레이스의 제이슨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는 “다른 은행 가운데 우리도 같은 수준으로 지출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곳은 없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JP모건을 이끌어온 다이먼은 핀테크·빅테크와의 경쟁을 이유로 공격적 투자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전통 은행뿐 아니라 스트라이프 같은 핀테크 기업, 애플 등 빅테크까지 경쟁자로 규정하는 그는 지난 1월 투자자들에게 “비용 목표를 맞추려다 10년 뒤 왜 뒤처졌느냐는 질문을 받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만 세부 투자 내역 공개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이먼은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결국 성과가 지출을 정당화할 것”이라면서도 “경쟁사가 악용할 수 있는 정보는 내놓을 수 없으며, 일부는 나를 믿어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JP모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제러미 바넘은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핵심 수익성 지표인 유형 보통주자본이익률(ROTCE) 목표치 17%에 못 미치는 수익률이 예상되더라도 성장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격적 투자 행보의 배경에는 탄탄한 실적이 자리한다. JP모건은 2024년과 2025년 모두 일주일에 1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 등 경쟁사보다 더 많이 투자하면서도 더 높은 자본수익률을 달성해온 것이다.

JP모건은 현재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을 훌쩍 넘는 약 600억달러의 잉여 자본을 쌓아두고 있다.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메이요 애널리스트는 이를 두고 “JP모건이 풀어야 할 600억달러짜리 질문”이라고 표현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 기조도 주목할 변수다. 모건스탠리는 JP모건·골드만삭스·씨티 등 대형 은행 12곳의 초과 자본이 현재 약 1750억달러이며, 올해 규제 완화가 본격화할 경우 최대 279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대출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며, 모건스탠리는 대형 은행들의 누적 대출 증가액이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이요 애널리스트는 “현재 미국 은행 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이후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기”라며 “업계의 거인 JP모건은 그 속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확장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용 증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가운데서도, JP모건은 장기 성장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설명회 당일 시간외 거래에서 JP모건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시장이 일단은 다이먼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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