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경찰’? ‘자치’ 경찰

2026-02-24 14:32:20 게재

우리는 어떤 경찰을 가질 것인가/이상훈/진영사/2만2000원

우리는 어떤 경찰을 가질 것인가 표지
‘우리는 어떤 경찰을 가질 것인가’ 표지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두 조직은 모두 ‘살피는 일’(찰, 察)을 하지만 사건을 검사하는 ‘검(檢)’과 국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를 위해 경계하는 ‘경(警)’의 차이는 크다. 역할의 차이이면서 국민과의 거리감을 보여준다.

정부와 여당은 올 10월부터 수사를 경찰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국민 감정이 존재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의 공무원과 국민의 ‘행정에 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경우 ‘경찰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느냐’는 질문에 25.1%만 긍정 답변을 내놓았다. 경찰이 청렴하다고 보는 국민의 인식도 16.7%에 그쳤다.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능력’에 대해서는 25.9%만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는 어떤 경찰을 가질 것인가’라는 책 제목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경찰’이라는 말뚝을 세워 놓고 주변을 치장하는 방식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자치경찰의 경우도 ‘경찰’이 아닌 ‘자치’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봤다. 그는 “자치경찰에서 ‘자치’는 수식어가 아니라 목표이자 기준, 그리고 책임의 이름”이라며 “지금까지의 자치경찰 논의가 ‘경찰’이라는 상수는 그대로 둔 채 기존 활동을 조금 더 자치스럽게 보이게 하는 데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방정부와 자치경찰위원회가 서둘러 익히려는 ‘경찰’이 과연 어떠한 경찰인지, 무엇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교수는 ‘경찰’의 자양분을 어디에서 찾아야 한다고 봤을까.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경찰의 정당성은 권력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더 많은 권한이나 더 강한 통제만으로 국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은 오래가지 못했다”며 “헌법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국민의 선택에 책임지는 경찰만이 자유와 안전을 함께 지켜낼 수 있다. 이것이 지난 17년 동안 수많은 사건과 논쟁의 터널을 빠져나오며 내가 도달한 결론”이라고 단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이 법원으로부터 ‘내란’으로 지목된 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이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더 많이 단속하는 경찰이 아니라, 더 헌법에 맞게 일하고, 정치가 아니라 시민의 주권에 충성하는 경찰만이 대한민국의 안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지킬 수 있다”며 “치안의 효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방향을 묻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우리와 멀리 떨어진 타자가 아니라 제복을 입은 이웃이자 동료 시민”이어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총 4부에 걸쳐 모두 68개의 칼럼을 추려 모은 이 책은 지난 17년 동안 이어진 경찰과 민주·자치에 관한 저자의 생각과 진심을 담았다.

저자는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이후 40여 년 동안 경찰에 대한 국민의 질책과 격려에 울고 또 웃으며 우리 시대에 맞은 경찰상을 제시하며 시민이 선택에서 경찰의 미래를 모색해 왔다.

대전광역시 초대 자치경찰위원, 서울경찰청 인권위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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