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에 사고책임 떠넘긴 건설사 ‘부당특약’ 제재 착수
공정위, 포스코이앤씨 등 4개 건설사 심사보고서 송부
산재예방 비용·책임 하청사에 전가 … “법 회피 꼼수”
하도급업체에 산업안전 관리비용과 사고책임을 떠넘겨온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부당특약’ 관행에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이앤씨 등 4개 건설사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 조사를 끝내고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산업재해 예방의 책임을 원청 건설사가 부담하도록 유도해 건설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사고 나면 하도급업체 책임 = 공정위 조사 결과 포스코이앤씨와 케이알산업, 다산건설엔지니어링, 엔씨건설 등 4개사는 건설공사를 위탁하면서 하도급 계약서에 수급사업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부당한 특약을 설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장 심각한 위반 사항은 ‘산업안전 관리책임’의 전가다. 이들 업체는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비용을 하도급업체가 전액 부담하는 내용의 부당특약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또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천적으로 수급사업자가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항도 삽입했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의 안전관리 의무가 강화되자, 이를 계약서상 특약으로 회피하려 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케이알산업과 다산건설엔지니어링은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처리 비용과 책임을 수급사업자에게 몰아주는 특약을 설정했다. 엔씨건설은 선급금을 일체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 하도급법상 원천금지된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특약 외에도 하도급법상 금지된 불공정 거래 행위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포스코이앤씨는 경쟁입찰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 입찰 금액보다 7억7500만원이나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한 ‘대금 부당 결정’ 혐의를 받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와 다산건설엔지니어링은 공사착공 전까지 서면 계약서를 발급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고, 착공 이후 뒤늦게 서면을 발급했다. 이는 하도급업체가 불리한 조건에서 공사를 시작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갑질 행위로 손꼽힌다.
◆과징금부과와 고발 의견 = 공정위는 4개 회사의 행위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고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재발방지, 부당특약 삭제 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의견을 위원회에 제출했다. 특히 부당특약 설정 행위는 하도급 대금과 직접 연관이 없어 위반 금액 산정이 어렵지만, 공정위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사건은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원청 건설사의 안전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현장의 안전은 비용부담과 책임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관리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태휘 공정위 하도급조사과장은 “영세한 하청업체에 산업안전 관련비용을 떠넘기면 원사업자의 안전관리 의무는 약화되고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실제 이런 부당특약을 설정한 현장 4곳에서 사망과 부상사고가 발생했다. 앞으로도 엄정하게 감시·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르면 3~4월 전원회의나 소위원회를 열어 4개 건설사의 소명을 듣고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