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슈에 베팅한다…예측시장 광풍

2026-02-25 13:00:02 게재

스포츠 도박 합법화 이후 급팽창

'민주주의에 영향" 논란도 확산

정치·경제·연예계 이슈는 물론 날씨와 연설 단어까지 ‘예’와 ‘아니오’로 사고파는 예측시장이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가격이 곧 확률이라는 점을 앞세워 “집단지성의 지표”를 자처하지만, 도박 중독과 내부자 거래, 정치 왜곡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뉴욕에 본사를 둔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와 폴리마켓은 최근 기업가치가 각각 110억달러, 80억달러로 평가받으며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슈퍼볼을 앞둔 몇 주 동안 칼시 이용자들의 주간 거래 규모는 20억달러를 넘었고, 폴리마켓도 이에 근접했다.

이 같은 급성장은 2018년 미 연방대법원이 스포츠 도박을 허용한 이후 미국 전역에서 베팅이 일상화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코노미스트 팟캐스트는 “2018년 대법원이 스포츠 베팅을 허용한 이후 미국인들은 연중 내내 도박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올해 슈퍼볼에만 약 20억달러가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스포츠 도박의 모바일화와 대중화가 예측시장 확장의 토양이 된 셈이다.

예측시장은 특정 사건이 발생할지에 대해 1달러를 지급하는 계약을 사고파는 구조다. 계약 가격이 20센트라면 시장은 해당 사건의 발생 확률을 20%로 본다는 의미다. 수많은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확률처럼 기능하는 논리다.

지난 1월 28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자회견은 이런 ‘언급 시장’의 상징적 사례다. 칼시에서는 파월 의장이 특정 단어를 말할지에 베팅이 몰렸고, 연설 시작 전 거래액만 280만달러를 넘었다. 마지막 질문에서 파월 의장이 “기술적 혁신”을 말하려다 “기술적 리노베이션”이라고 표현하자 관련 시장은 극적으로 뒤집혔다. 일부 투자자는 수천달러를 벌었고, 다른 투자자는 큰 손실을 봤다.

정치 이벤트도 주요 대상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일 두 플랫폼 모두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우세로 제시했다. 이후 규제 환경도 빠르게 바뀌었다. 칼시는 2024년 9월 정치 관련 시장을 금지한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상대로 소송에서 승리했다. 올해 1월에는 CFTC가 스포츠·정치 관련 계약 금지 방침을 철회했다.

문제는 규제 공백이다. 스포츠 도박은 각 주정부가 면허와 세금을 부과해 감독하지만, 칼시는 자신들이 연방 CFTC 감독을 받는 ‘이벤트 계약’이라며 주정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일부 주정부는 무면허 도박이라며 소송에 나섰고, 사안은 연방법원 판단을 거쳐 결국 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적 파장도 논란이다. 블룸버그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과 관련한 베팅에서 40만달러 수익을 거둔 사례를 전했다. 폴리마켓에서는 한 영국 유튜버의 사막 단식 도전 실패 직전 ‘아니오’에 베팅해 6만달러를 벌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내부자 정보나 조작 가능성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예측시장이 단순 도박을 넘어 민주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가격이 ‘누가 이길 것 같다’는 인식을 강화하면 유권자 심리와 투표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코노미스트의 댄 로젠헥은 시장 기반 가격 발견이 “정치 보도의 모호한 표현보다 더 명확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책 결정 직전 관련 시장에서 베팅이 이뤄질 경우, 내부 정보를 가진 인사가 사적 이익을 취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낮은 공직 보수와 결합될 경우 왜곡된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렉 만수르 칼시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장기 비전은 모든 의견 차이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견의 차이를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스포츠 경기의 승패를 넘어 정책과 전쟁, 선거까지 가격으로 표시하는 시대. 예측시장이 집단지성의 도구가 될지, 또 다른 투기 열풍이 될지는 규제와 신뢰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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