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산 근무복 ‘국산 둔갑’ 업자 징역형

2026-02-25 13:00:01 게재

186억원 공공기관 납품

법원 “조달 신뢰 훼손”

베트남 등 해외에서 생산한 근무복을 국내 생산품으로 속여 공공기관에 납품한 의류업체 대표 등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한대균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의류업자 이 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또다른 범죄에 대해 징역 3년을, 공범인 권 모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압수물을 몰수했다.

범행에 이용된 법인인 다인패션·씨엠에스어패럴 등 3곳에는 벌금 2000만원을, 또 다른 법인 디케이에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3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한 근무복과 안전조끼 등 30만8000여점의 원산지 표시 라벨을 제거한 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것처럼 속여 한국승강기안전공단·우정사업본부 등 32곳 기관에 납품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챙긴 납품 대금은 186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공공기관이 국내 중소업체의 직접 생산 제품만을 구매하도록 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3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권씨는 한 회사 대표이면서 상무로 가담했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제품을) 직접 생산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이를 가장해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받은 이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일부 물품을 반제품 형태로 수입해 국내에서 완성했으므로 원산지 표시 의무가 면제되거나, 설령 표시를 손상했더라도 대외무역법 위반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직접 생산은 납품 계약의 본질적 내용”이라며 “라벨 제거 행위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공조달 제도의 신뢰를 훼손하고 중소기업 보호라는 입법 취지를 무력화한 범행으로, 편취액도 상당해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근무복 품질 자체는 큰 문제가 없고, 피해 기관의 실질적 손해가 편취액 전부에 이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검찰과 피고인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9일 각각 항소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박광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