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자 배불린 할당관세…관세포탈죄 적용 강력단속
100개 품목에 연간 1조 지원 … 유통 비효율로 물가안정 체감도 낮아
보세구역 반출 고의 지연 등 ‘꼼수’ 수입업자에 고강도 특별수사 착수
교복값 전수조사, 학원 초과징수 과태료 3배↑·신고포상금 10배 높여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관세를 파격적으로 낮춰주는 ‘할당관세’ 제도를 악용해 부당 이득을 챙겨온 수입업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관세인하 혜택이 소비자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고 수입업자의 창고에 머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고강도 특별수사와 함께 제도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강도 높은 개선안을 내놨다. 정부는 행정적인 관리를 넘어 ‘관세포탈죄’까지 적용해 민생물가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담합읨혹을 받아오던 교복 제조사와 주요 판매점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조사에 나섰다.
◆원인은 ‘보세구역의 덫’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주재하고 할당관세 제도개선, 교복 가격 및 학원비 관리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농림축산식품부·공정위·관세청·검찰청 등 13개 부처 장·차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할당관세는 물가안정이나 수급조절을 위해 특정품목의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주는 제도다. 2022년 이후 정부는 매년 100개 안팎의 품목에 대해 1조원이 넘는 관세를 지원해왔다. 특히 2026년 2월 기준, 바나나·망고·고등어 등 먹거리 물가 안정에만 약 2400억 원(추정치)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현장의 온도는 차가웠다. 일부 수입업자들이 관세가 낮은 시점에 대량으로 물품을 들여온 뒤, 이를 보세구역(수입 신고 전 창고)에 묶어두고 국내 가격이 오를 때까지 방출을 늦추는 방식으로 부당 수익을 챙겨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관세청 조사결과, 2022~2023년 할당관세가 적용된 소고기 등 축산물 수입업체 23곳은 보세구역 반출을 고의로 지연하다가 185억원의 관세를 추징당했다. 설탕과 냉동 고등어 등에서도 수입 신고 지연과 과태료 부과 사례가 속출했다.
◆“창고에 쌓아두면 수사” = 이번 대책의 핵심은 할당관세 제도를 악용하는 행위를 단순한 행정 위반이 아닌 ‘범죄’의 영역으로 다루겠다는 대목이다.
관세청은 부정한 방법으로 할당관세 추천을 받거나, 고의로 보세구역 반출 의무를 위반해 관세 혜택을 가로챈 업자에 대해 고강도 특별수사에 착수키로 했다. 혐의가 확인되면 관세포탈죄를 적용해 엄중 처벌한다. 특히 실무 수입자가 아닌 위장업체를 내세워 할당관세를 허위로 추천받는 행위를 집중수사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관세 혜택은 누리면서 특수관계법인에 저가로 물량을 넘겨 이익을 분여하는 등 편법을 동원한 수입 기업 4곳에 대해 이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가진 가용한 모든 조사권을 동원해 ‘할당관세 꼼수’를 차단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행정적인 진입 장벽도 높아진다. 우선 정부는 저장이 쉬운 냉동육류와 식품 원료 등을 ‘할당관세 집중관리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 품목들은 보세구역 반입 후 수입 신고를 미룰 때 부과하는 가산세 기준을 현행 30일에서 20일로 단축한다. 수입업자가 물건을 쥔 채 시장 눈치를 볼 수 있는 시간을 열흘 줄인 것이다. 또 주무부처가 요청할 경우 세관장이 강제로 물품을 창고에서 빼내도록 하는 ‘반출명령제’를 신설한다. 명령을 어길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는 기존 100만원에서 500만원 수준으로 상향된다.
아울러 축산물에만 적용되던 ‘추천서 교부 후 40일 내 반출 의무’를 집중관리 품목 전반으로 확대하고, 이를 어기면 할당관세 추천 자체를 취소하고 향후 물량 배정에서 영구 제외하기로 했다.
◆대형마트 직공급 확대 = 정부는 제도의 효과가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는 근본 원인이 복잡한 유통 단계에 있다고 보고, 유통구조 ‘다이어트’에도 나선다.
현재 ‘수입업체→도매→소매→소비자’로 이어지는 3~4단계의 경로를 줄여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에 직접 공급하는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을 전담기구로 지정해 할당관세 품목의 수입부터 최종 판매 가격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한다.
특히 대형마트 등은 할당관세가 적용된 할인 품목임을 명시해 판매해야 하며, 정부는 실제 판매가격 인하 효과를 분석해 성과가 없는 업체는 차기 할당관세 배정에서 배제할 계획이다.
◆4개 교복제조사 현장조사 = 교복 대책도 속도를 높인다. 올해 교복 가격 상한가는 전년과 같은 34만4530원으로 동결됐지만, 체육복·생활복 등 추가 구매 품목이 늘면서 학부모 실제 부담은 최대 6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전국 중·고등학교 약 5700곳을 대상으로 품목별 단가, 입찰 방식, 낙찰 업체 등을 일괄 조사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안에 품목별 상한가를 다시 결정한다. 공정위는 교복 입찰 담합 의심 사례 집중 신고기간을 내달까지 운영하며 적발 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현장조사에 나섰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공정위 본부와 5개 지방사무소를 총동원해 4개 교복 제조사와 전국 40개 내외 대리점 대상으로 신속하게 전국적 조사를 개시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고가 논란이 제기된 교복은 관행적인 담합이 지속되어 온 품목”이라며 “이번 조사와 그 후속 조치, 그리고 다음 달 예정된 광주 지역 136개교 27개 업체의 입찰 담합 사건 심의를 통해 법 위반행위를 엄정 제재하고 고질적인 담합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가격이 비싸고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정장형 교복을 생활형 교복·체육복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학원비 규제도 강화된다. 교습비 초과징수에 매기는 과태료 상한을 현행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이고, 초과교습비 신고에 지급하는 포상금도 1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10배 올린다. 무등록 교습 신고포상금은 2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한다. 불법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과징금 신설도 학원법 개정을 통해 추진한다.
현장 점검도 강화한다.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등록 교습비가 상위 10% 이내이거나 최근 5년간 상승률이 높은 학원을 우선으로 교습비 초과징수, 자습시간을 교습시간에 포함하는 편법 인상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교육부·공정위·국세청·경찰청이 합동으로 불법 학원을 단속하는 체계도 가동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