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고 빠진 민주당 입법 속도전…당내서도 밀어붙이기 논란

2026-02-26 13:00:03 게재

상임위 일방 통과한 법왜곡죄 법안, 본회의 직전 수정 발의

찬반 팽팽하자 거수투표, 다수결 결정 … “그리 시급한 법인가”

김용민 “당정청, 상임위 무력화 … 바람직하지 않아” 반발

내란재판부법·허위조작정보근절법도 … “숙의 부재 부작용”

국민의힘의 반발을 외면한 채 의석 수를 앞세워 ‘단독 입법’을 이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또 본회의 상정 전에 수정 법안을 제출해 논란이다. 논란이 많았던 내란전담재판부법과 허위조작정보근절법도 법사위까지 통과시킨 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기 전에 수정안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민주당은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당내 강성 의원들의 반발을 ‘다수결’로 잠재우는 등 단독 입법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밀어붙여 반발을 사고 있다. 민주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무제한토론 첫 주자 조배숙 의원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제한토론을 신청한 가운데 조배숙 의원이 첫 토론자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26일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법왜곡죄 수정은 지도부의 판단과 결단이 있고, 당정 간 조율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하기로 약속이 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사위 위원들의 반발은 당연한 입장”이라면서도 “법사위원들도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 의장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 1시간 전인 오후 3시에 비공개 의총을 열고, 당정 협의안이 담긴 법왜곡죄법(형법 개정안) 수정안을 내놓고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까지 법왜곡죄에 대한 위헌 가능성이 제기되자, 당정청이 내부 논의를 거쳐 지지층이 희망하는 법 처리 자체는 진행하되 대상 축소, 위법 행위 구체화 등을 담은 수정안을 서둘러 만들었다. 이 법안은 판사·검사 등이 타인에게 위법·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법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하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정안은 법왜곡죄를 적용받는 판사의 범위를 ‘형사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으로 한정했다. 당초 모든 판사를 대상으로 하던 원안에서 민사·행정·가사 사건 등에 관여하는 법관을 제외하면서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또한 법왜곡 행위를 규정하는 조문도 대폭 구체화하고 예외까지 두면서 법의 자의적 적용 가능성을 차단하려 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의총에서는 법왜곡죄를 원안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위헌 논란 등을 고려해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거수 표결을 제안했고, 70%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원내대표는 이의가 있는지 물은 뒤 수정안의 당론 채택을 의결했다.

김용민 의원은 의총장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법사위와 전혀 상의가 없었는데 갑자기 수정안을 통보했고, 그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당론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입법권은 국회에 있고 상임위 중심주의인데, 당·정·청 협의가 해당 상임위 입법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의 주요 정책은 의원총회에서 토론을 통해 변경할 수 있지만, 절차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상임위도 마찬가지로 법을 통과시켜도 언제든지 상임위와 상관없이 의원총회에서 정책위가 수정안을 내고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해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더욱 큰 문제는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이 지지하는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본회의 직전 법안을 수정하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란전담재판부법과 이른바 ‘허위조작정보근절법’도 같은 방식으로 본회의 상정 직전에 민주당 단독으로 수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속도전에 주력해 반대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상임위 법안소위, 전체회의나 법사위 등에서 충분한 숙고와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모 중진 의원은 “법왜곡죄법이 그렇게 중요하고 시간적으로 시급한 법안인지 모르겠다”면서 “법왜곡죄에 적용되는 사례들이 자의적인 것들이 많아 판사·검사들에 대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될 경우 검찰이나 법원 등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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