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골프코스 저작권 인정

2026-02-26 11:02:46 게재

설계회사들, 골프존 상대 저작권 침해 소송

1심 원고승·2심 원고패…대법 파기, 원고승

골프존 등 스크린골프 업체들 저작권료 부담

국내외 골프코스 설계회사들이 골프존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골프코스의 창작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놨다. 설계회사들의 골프코스 창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여서 골프존 등 스크린골프 업계가 막대한 저적권료를 지불해야 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26일 오전 오렌지엔지니어링 등이 골프존을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도 이날 외국계 골프코스 설계회사 골프플랜 인코퍼레이션이 골프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해 파기 환송했다.

이 재판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송호 골프디자인과 오렌지 엔지니어링, 골프플랜 등 국내외 유명 골프코스 설계사 3곳은 골프존이 자신들의 허락 없이 설계 도면을 바탕으로 스크린골프 코스 영상을 제작해 서비스했다며 약 30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골프코스 설계 회사들은 설립 이후 골프장 건설에 관해 골프코스 설계 및 시공 감리업 등을 영위했다.

골프존은 골프시뮬레이터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개발해 판매할 뿐 아니라, 국내외 여러 골프장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용 골프코스 영상을 제작해 스크린골프 운영업체에 제공해 왔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골프코스의 저작물성’이다.

골프코스 설계사측은 “골프코스는 설계자의 사상과 감정이 녹아든 ‘창작물’이며, 이를 무단으로 가상 세계에 구현한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골프존측은 “골프코스는 경기 규칙과 국제 기준, 지형적 제약에 따라 만들어진 ‘기능적 결과물’에 불과하며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고 맞섰다.

1심은 각 골프장의 골프코스는 저작권의 대상이 되고, 이를 영상으로 그대로 재현한 골프존의 행위는 원고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1심은 “각 골프장의 골프코스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나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만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창작하는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인 특성들이 부여돼 있는 표현을 사용해 창조적 개성이 발현되는 것”이라며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은 “건축저작물로서 창작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은 “각 골프코스의 개별 홀에서 그린 등의 각 형태, 배치, 조합은 골프 경기 규칙과 규격 및 국제적인 기준에 따른 제약, 지형, 부지의 형상 및 배치되는 홀의 개수 등에 따른 제약을 고려하면서 골프 경기에서의 난이도, 재미, 전략 등과 같은 기능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른 홀들과 구별되는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파기 환송했다. 골프코스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골프코스 설계자가 골프코스를 이루는 여러 구성요소들을 다양하게 선택·배치·조합하는 등으로 다른 골프코스나 개별 홀과는 구별되도록 창조적 개성을 발휘하여 골프코스를 설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각 골프코스에는 시설물과 개별 홀들의 전체적인 형태 및 배치, 개별 홀을 이루는 기본적 구성요소의 위치, 모양 및 개수 등이 일정한 설계 의도에 따라 선택·배치되어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며 “이 사건 각 골프코스에 나타난 위와 같은 구성요소들의 선택·배치·조합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거나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이 사건 각 골프코스는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기존의 골프코스와는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 판결로 코스 설계사들의 권리가 인정되면서 골프존 등 스크린골프 업체들은 막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최종심은 비단 골프 뿐 아니라 메타버스와 VR, AR 등 현실 세계를 디지털로 복제하는 모든 산업 분야의 ‘디지털 트윈 저작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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