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의혹 수사 “데이터가 실체 밝혀”
스마트워치·CCTV 등 물증이 ‘허위’ 입증
합수단, 진술 담합 포착·백 경정 비위 통보
세관 마약 의혹을 수사한 합수단(단장 채수양 부장검사)은 26일 물증을 통해 이 사건 의혹이 밀수범들의 거짓말과 당시 수사팀 오판이 겹친 것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밀수범들이 세관 직원의 안내를 받았다고 지목한 장소와 시점을 정밀 검증했다. 조사 결과 밀수범들이 결정적 증거로 내세웠던 인천공항 ‘바닥의 녹색 유도선’은 실제 범행이 일어나고 4개월 후에야 공항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연루 의혹을 받는 세관 직원은 사건 당일 연가 중이었고, 밀수범 입국 당시 자택에서 수면 중이었던 사실이 스마트워치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결정적 증거는 ‘언어의 장벽’ 뒤에 숨겨져 있었다. 합수단이 실황조사 영상을 재검토한 결과, 밀수범들은 중국어 통역사만 있는 틈을 타 말레이시아어로 “연기해라” “나를 따라왔다고 해라”며 말을 맞춘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수사팀은 이들의 말맞춤을 즉시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 역시 실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휴대전화 46대를 포렌식하고 30여곳을 압수수색했으나 외부 개입 정황은 찾지 못했다. 보도자료 수정이나 브리핑 연기 지시는 경찰 내부 규정에 따른 적법한 절차였다는 판단이다.
다만 합수단은 마약 공범 수사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가 있는 검사 4명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사건을 이첩했다.
아울러 의혹을 최초 제기한 백해룡 경정이 수사 과정에서 자료를 누락(미편철)하거나 허위 서류를 작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청에 관련 혐의에 대해 통보했다.
합수단은 “객관적 데이터와 과학적 기법을 통해 의혹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합수단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필로폰 121.5kg을 밀반입한 국제 마약 밀수 조직원 8명을 구속기소하고, 해외로 도주한 조직원 8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는 등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