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무기화 현실로…미 방산·반도체 공급 비상
이트륨 가격 1년새 69배↑
중, 일도 수출통제 목록에
미국 항공우주·반도체 업체에 희토류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공급 부족을 이유로 일부 고객 주문을 잇달아 거절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26일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이징 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 터진 소식이어서 미·중 핵심 광물 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공급난의 핵심은 이트륨과 스칸듐이다. 두 광물은 방위산업, 항공우주,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이지만 생산의 대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중국이 지난 4월 수출 제한을 도입한 이후 일부 완화 조치가 있었지만,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미국으로의 공급은 여전히 크게 줄어든 상태다.
특히 고온에서 엔진과 터빈을 보호하는 코팅에 쓰이는 이트륨 부족이 심각하다. 지난해 11월 관련 부족 사태가 처음 보도된 이후 가격은 60% 상승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69배 수준까지 급등했다. 북미 코팅 업체 두 곳은 원료 부족으로 생산을 일시 중단했으며, 일부 업체는 대형 고객 물량 확보를 위해 소형·해외 고객 주문을 거절하고 있다. 공급망 내 다른 업체도 이트륨 산화물 제품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아직 제트엔진이나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제조업체가 희토류 부족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엔진 업체들은 이미 항공기 생산 확대와 예비 부품 수요 증가로 공급 압박을 받고 있다. GE 에어로스페이스, RTX 산하 프랫앤드휘트니, 허니웰 등이 이번 공급 부족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업체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도 스칸듐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이 수십 톤에 불과한 스칸듐은 차세대 5G 칩 공정·패키징에 쓰인다. 주요 미국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중국의 수출 허가 지연을 겪고 워싱턴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허가 신청 과정에서 최종 사용자 정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이 표적이 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미국에는 스칸듐 국내 생산이 전무해, 업계에서는 재고가 수개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본격 작동 단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동시에 중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문제 삼아 일본 기업·기관 20곳을 수출통제 목록에 올리고 디스프로슘·이트륨·사마륨 등 민군겸용(품목)의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도 내놨다. 희토류를 외교·안보 지렛대로 삼는 흐름이 미·중 갈등뿐 아니라 중·일 갈등으로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