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맞은 사모대출…블루아울 시험대

2026-02-27 13:00:03 게재

기업대출 5000억달러 육박 소프트웨어·PIK 대출 변수

뉴욕증권거래소 외벽에 걸린 대형 블루아울 로고의 AI 합성 일러스트. 출처: 챗GPT
미국 사모대출 시장이 빠르게 커졌지만 최근에는 불안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 ‘기업개발회사(BDC)’와 대형 운용사 블루아울이 있다.

BDC는 쉽게 말해 은행 대신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회사다. 주로 중견·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을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나눠준다. 고금리 시기에는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수익이 빠르게 늘어 인기를 끌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BDC 시장 규모는 약 4500억~5000억달러까지 커졌다.

문제는 최근 일부 펀드에서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블루아울이 운용한 ‘블루아울 캐피털 코퍼레이션 II(OBDC II)’는 환매 요청이 늘어나자 분기별 환매를 중단하고, 자산을 팔아 순자산가치(NAV)의 최대 30%를 투자자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약속했던 유동성과 실제로 보유한 대출 자산의 유동성 사이에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또 다른 상품인 ‘블루아울 크레딧 인컴 펀드’도 지난해 4분기 약 10억달러 규모의 환매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기업에 많이 투자한 ‘테크놀로지 인컴 코퍼레이션’ 역시 자금 유출을 겪은 것으로 보도됐다.

블루아울은 시장의 의심을 줄이기 위해 일부 대출을 연기금과 보험사에 매각했다. FT에 따르면 약 6억달러 규모의 비교적 우량한 대출을 액면가의 99.8% 수준에 팔았다. 이는 “자산 가치가 크게 훼손된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논란에서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과 PIK 대출이다. UBS는 사모대출 자산의 25~35%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 변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추정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경쟁 심화나 수익 둔화에 직면할 경우,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펀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PIK 대출은 이자를 현금으로 받지 않고 원금에 더해 나중에 받는 방식이다. 당장은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빚이 더 커진다. FT 알파빌은 일부 BDC에서 PIK 이자 수익이 전체 투자수익의 15%를 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구조적 특징도 있다. BDC는 이익 대부분을 배당해야 한다. 그런데 PIK 이자는 실제 현금이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회계상 수익으로 잡힌다. 이 경우 배당을 유지하려면 빚을 더 내거나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FT는 BDC의 손실이 주로 해당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구조여서, 은행권 전체로 위기가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블루아울 사례는 특정 회사의 문제라기보다, 급성장한 사모대출 산업이 새로운 환경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기업의 상환 능력, 소프트웨어 산업 의존도, PIK 비중, 그리고 환매 구조가 앞으로 BDC 성과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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