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후 금융·에너지 시장 요동

2026-02-28 21:33:49 게재

OPEC+ ‘예상보다 큰 증산’

가상화폐는 185조원 증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산유국 협의체인 OPEC과 비회원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는 공급 차질 우려에 대응해 기존 계획보다 더 큰 폭의 원유 증산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동시에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단기 급락이 나타나며 시가총액 약 1280억달러(약 185조원)가 증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 소속 8개 주요 산유국은 29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4월 원유 생산량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초 대표단 사이에서는 하루 13만7000 배럴 증산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이란 사태로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예상보다 큰 폭’의 증산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OPEC+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하루 약 290만배럴(전 세계 수요의 약 3%) 규모로 생산 할당량을 확대했다가 계절적 수요 둔화에 따라 올해 1~3월 추가 증산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중동 긴장 고조와 여름철 수요 증가 전망이 맞물리며 다시 공급 확대 카드가 검토되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비상계획 차원에서 생산과 수출을 늘려온 상태라고 전했다. 사우디 소식통은 “공급 안정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고 UAE 측도 주력 유종인 무르반(Murban) 원유 수출량을 4월부터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공급 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으며 상승세를 이어왔다. 27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73달러까지 오르며 약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상승률은 약 19%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란산 원유 수출 차질 가능성과 호르무즈 해협 등 해상 운송로 불안, 중국의 전략적 재고 축적 움직임이 가격을 밀어 올린 요인으로 분석한다. 만약 이란과 미국 간 군사 충돌이 장기화하거나 걸프 지역 생산·수출 인프라가 직접 타격을 받을 경우 유가는 추가 급등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위험자산인 가상화폐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뉴욕시간 28일 오전 한때 3.8% 하락한 6만3038달러까지 떨어졌고, 이후 6만400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한때 4.5% 급락해 1836달러를 기록했다.

가상화폐 데이터업체 코인게코는 공습 직후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약 1280억달러(약 185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가(12만6000달러) 이후 약 50% 하락한 상태로 최근 몇 달간 약세 흐름이 이어져왔다.

웰스클럽의 수재너 스트리터 수석 투자전략가는 “분쟁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 심리는 다시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아크틱디지털의 저스틴 다네탄 리서치 책임자는 “이미 상당 부분 거품이 제거되고 매도 물량도 소화된 상태여서 충격의 추가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과 위험자산 변동성 확대를 동시에 초래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OPEC+의 공급 조절 능력과 군사 충돌의 지속 여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산유국들이 예상보다 큰 폭의 증산에 합의하고 공급망이 안정될 경우 유가 급등세는 진정될 수 있다. 반대로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면 에너지·금·달러 등 전통적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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