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물 일조량 부족, 과학기술로 넘는다
길고 추웠던 겨울을 빠져나오니 길게 드리우는 포근한 햇살이 반가운 요즘이다. 점점 길어지는 낮을 보며 햇빛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이 초겨울과 여름 장마철에 무기력과 기분 저하를 겪는 것은 일조시간 감소가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위도가 높고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에서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다는 통계도 일조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작물들은 낮이 짧은 겨울이면 얼마나 고생일까 싶다. 햇빛을 적당히 봐야 뿌리를 잘 내려 건강하게 자랄 테고, 건강해야 병충해를 이기는 힘도 커질 텐데, 햇빛이 모자라면 가만 앓다가 나중에야 힘든 테를 크게 낸다. 실제로 2023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일조시간이 평년보다 약 20% 줄어 딸기, 토마토 등 시설 과채류가 크게 피해를 본 적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때 피해 규모는 전국 12개 시도 2만22농가, 거의 1만 헥타르에 이른다.
2023년에 정도가 심했으나 보통 겨울철은 해가 짧아 일조량이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이제 봄철도 안심할 수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비는 물론 황사와 미세먼지로 일조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황사가 발생하면 비닐온실 광 투과율은 평소보다 7.6% 줄어든다. 황사 이후 비까지 내리면 비 맞은 황사가 비닐온실 겉면에 들러붙으며 광 투과율은 최대 30%까지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 시설에서 재배 중인 토마토는 수확량이 27%나 줄어든다.
일조량 감소로 시설재배 큰 피해
그래서 시설재배에 도입한 것이 보광등이다. 백열등과 형광등, 나트륨등을 거쳐 지금의 LED등까지 부족한 광량을 채워줘 이제는 시설재배에 없어서는 안 될 ‘효자템’으로 꼽힌다.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부족한 광량을 채워 생산량은 극대화하고, 대신 농가 경영비는 아껴줄 기술의 등장과 고도화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농촌진흥청이 선보인 ‘광량 보상 동적 보광 시스템’은 여기에 부합되는 보광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온실 안 광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자연광이 설정해 둔 목표 광량보다 부족하면 LED등이 켜진다. 다시 자연광이 충분해지면 자동으로 등이 꺼진다. 온실 내 광량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데다가 필요한 때에만 자동으로 켜졌다 꺼졌다 하니 불필요한 전력 소모도 거의 없다.
논산의 딸기 시설재배에서 현장 실증한 결과 시스템을 적용한 곳이 적용하지 않은 곳보다 딸기 개화는 8일, 수확은 16일 빨랐다. 딸기 생산량은 23% 늘었다. 이는 일조량이 부족한 때에도 안정적으로 온실 안 광량을 유지해 딸기의 초기 생육과 착과가 원활해졌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신기술 시범보급사업으로 전국 20곳에 이 시스템을 보급할 예정이다. 이렇게 보급된 시스템에서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현장에서 바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실용 기술로 키워 확산할 계획이다.
중국의 유명 작가 옌렌커가 쓴 소설 '해가 죽던 날'은 해가 뜨지 않은 단 하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지 해가 없을 뿐인데 하루 만에 마을은 엉망이 되고 사람들의 삶은 무너져 내린다. 불볕더위, 폭우, 폭설만 재해가 아니다.
보광기술 안정적 식량생산 떠받치는 한 축
종잡을 수 없는 기후변화 시대에 저일조 현상도 예의주시해야 할 재해 중 하나가 되었다.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보광 기술 또한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떠받치는 한 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