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분리 설계 ‘이재명 실세’ 박홍근, 기획예산처 수장 발탁

2026-03-03 13:00:02 게재

국가재정 패러다임 전환 … 재정으로 핵심경제정책 뒷받침

재정투자를 통한 성장과 민생중심의 자원배분이 정책 기조

정치적 예산편성·재전건전성 우려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

이재명정부의 국정철학을 예산으로 구현할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4선의 박홍근 의원(사진·서울 중랑을)이 지명됐다.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이 낙마한 지 36일 만의 후속 인선이자, 이재명정부의 ‘예산 사령탑’을 확정짓는 핵심 인사다. 이번 인선은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거론되던 중량급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워 정부의 재정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 후보자가 단순한 ‘외부 인사’ 차원을 넘어 기획예산처의 탄생 자체를 주도한 인물이란 점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기획분과위원장을 맡아,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는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직접 설계했다.

‘설계자’가 ‘실행자’로 직접 현장에 뛰어드는 셈이다. 박 후보자의 임명은 이재명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박홍근의 경제·예산정책 기조는 = 박홍근 후보자가 이끌 기획예산처의 최우선 기조는 ‘투자를 통한 성장’과 ‘민생 중심의 자원 배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관료 중심의 소극적 예산 편성에서 벗어나 국가가 미래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뚜렷하다.

박 후보자의 재정철학은 한마디로 ‘생산적 확장재정론’으로 요약된다. 전략적 재정 투자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면 국가채무비율이 자연스럽게 안정된다는 논리다.

그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도 ‘적극 재정’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벼랑 끝 민생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지속 가능한 적극 재정을 모색하겠다”면서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며, 국민 혈세로 조성된 만큼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히 정비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가장 높은 효율을 창출하겠다”며 “지방 골목골목까지 재정이 따뜻한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025년 11월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진행자가 “확장 재정의 수용 가능한 한계는 어디냐”고 묻자 박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핵심은 국가 채무에 있어서 분모를 그만큼 넓히면 채무율은 줄어들겠죠. 좀 더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이 GDP를 키우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어 2026년도 예산 728조원(전년 대비 8.1% 증가)을 두고 “국가 재정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국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과감하게 확장적 재정을 편성했다”고 평가했다. AI 시대를 여는 첫해 예산으로서 “윤석열정부 3년 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조기에 만회하고, 대한민국 경제를 재도약시킬 수 있는 예산이 담겼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박 후보자는 법인세 등 대기업 대상 조세 감면을 정비하는 ‘세제 정상화’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인공지능(AI),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적 자원 배분’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 가능한 확장재정 강조 =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견지되어 온 확장적 재정 기조는 박 후보자 체제에서 더욱 추진력을 얻을 전망이다. 단순히 쓰는 예산이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의 재정’으로 성격을 명확히 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대한민국의 대도약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힘 있게 떠받치는 톱니바퀴이자 윤활유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재정을 국정운영의 부수적 수단이 아닌,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윤활유)으로 활용하겠다는 선언으로 분석된다. 다만 무조건적인 지출 확대보다는 ‘재정의 효율성’과 ‘성장 잠재력 확충’에 방점이 찍힌다.

박 후보자는 2025년 8월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는 “경제 체력을 튼튼히 하는 게 재정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왕도”라며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 정비를 병행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2026년도 예산안이 전년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확장재정으로 편성된 가운데, 박 후보자는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기본사회’ 구현을 위한 기본소득·주거·의료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도,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예산 혁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LG유플러스 하청노동자 고공농성, 파인텍 노조 고공농성 등을 중재해 ‘고공농성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동·사회적 약자 문제에 대한 현장경험이 축적돼 있는 셈이다.

이 경험은 중장기 전략에서 ‘양극화 완화’ 과제에 그대로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균형발전 예산 우선 배분, 기본소득형 복지 확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예산 증액 등이 그의 재임 중 중점 과제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으로 지역 균형발전 도모 = 그는 기획예산처의 부활을 ‘중장기 국가전략’ 기능 회복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후보자는 지명 직후 남긴 SNS글에서 “기획예산처는 단순한 예산의 효율적 편성을 넘어 국가의 중장기 전략을 총괄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정의했다. 과거 기획재정부 체제에서 소외됐던 ‘미래 전략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서도 “기획처는 단순한 예산 기능 재편을 넘어 향후 30년 대한민국을 내다보는 국가 미래전략의 설계자가 돼야 한다”며 전략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저성장과 인구절벽, 기후위기, 지방소멸, 양극화와 국민 분열 등 문제는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숙제”라며 “현재는 국가전략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획처가 대한민국 미래 설계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정부의 향후 30년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기획예산처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중장기 전략’은 양극화 해소와 지역소멸 위기대응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예산 배분 모델이 핵심이다.

박 후보자는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하던 2025년 10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재산세 공동과세 비율을 현행 50%에서 60%로 상향해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재정 균형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박 후보자는 이를 국가 전체 단위로 확장해 ‘자치분권 기반의 균형성장’ 모델을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인프라 투자를 넘어 지역별 특화 산업 육성과 기본권 보장을 결합한 중장기 로드맵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재정건전성 논란, 당면 과제 = 박 후보자의 등판은 정부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해결해야 할 숙제도 안겨주고 있다.

우선 박 후보자는 강력한 정무적 추진력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4선 중진이자 원내대표 출신으로서 국회와의 예산 협상에서 독보적인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도 강점이다. 대선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친명 핵심’으로서 대통령의 의중을 예산에 가장 정확히 녹여낼 적임자란 평가다.

반면 ‘정치적 예산편성 우려’와 이에 대한 관료사회와 야당 지지층의 거부감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재정 건전성 논란도 박 후보자가 당면한 과제다. 확장재정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에 대해 시장과 야당의 비판적 시각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전날 논평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포기한 회전문 인사”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후보자는 재정 민주주의와 여야 협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입법부인 국회의 예산 심사권이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며 “여당만의 예산이 돼서도 안 된다. 재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충분한 심의를 거쳐 가장 적확한 재정이 투입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의 지명은 ‘민생’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이재명정부의 승부수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관료조직의 전문성과 정치인의 추진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따라 임기 중반 이재명정부 경제 성적표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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