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경쟁의 새 변수 ‘에너지 격차’
미국 수요 2배 넘는 중국 전력량
청정 에너지 기반 협력 가능성도
‘전력이 곧 컴퓨팅 파워’라는 원칙이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에너지 전환’ 노력이 우위를 선점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매일경제신문(National Business Daily)의 주광야오 전 재정부 차관 인터뷰를 인용해 중국의 인공지능 분야 급속한 진출과 함께 진행 중인 에너지 전환 노력이 향후 기술 주도권 싸움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전 차관은 현재 미국이 컴퓨팅 파워 분야에서 앞서고 있지만 미국 업계 리더들이 중국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래 AI 패권의 향방은 누가 더 안정적이고 풍부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컴퓨팅 파워를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주 전 차관은 현재의 AI 경쟁이 단순한 순수 기술 대결에서 벗어나 세계 최대 경제 대국 2곳이 주도하는 응용 시나리오와 규제 프레임워크를 둘러싼 광범위한 경쟁으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에너지 전환에서 중국의 선도적 위치는 AI 발전에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 방대한 응용 시나리오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AI 발전이 전 세계적인 전력 수요 급증을 촉발하면서 중국의 풍부한 에너지 공급 능력은 전략적 우위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전력 소비량 10조kWh를 돌파했다.
지난해 중국의 전력 소비량은 전년 대비 5%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인 10조4000억kWh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집계한 미국의 연간 전력 수요인 4조2000억kWh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카일 찬 연구원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이러한 양국 간의 에너지 격차, 이른바 ‘전자 격차’(Electron Gap)가 AI 컴퓨팅 균형을 재편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설적으로 중국의 청정 에너지 기술력이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에너지 병목현상을 완화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찬 연구원은 “적절한 안전장치와 제한을 전제로, 중국의 미국 청정기술 제조업 투자가 미국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에너지 병목현상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주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기술 혁신과 에너지 안보는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삼고 청정 에너지 및 송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전체의 47.3%에 달한다.
주 전 차관은 올해 미중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면서도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도 고품질 경제 발전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며 “향후 5년간 중국의 실질 경제 성장 잠재력이 연간 약 5%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1월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이 202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4.5%에서 5% 사이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