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공백 장기화 우려

2026-03-03 13:00:04 게재

노태악 대법관, 6년 임기 끝나 3일 퇴임식

조희대, 후보추천 뒤 40일 넘게 제청 안해

“신임 대법관 제청, 청와대와 계속 협의 중”

노태악 대법관이 3일 퇴임하는 가운데 후임 대법관 임명 제청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상 새 대법관 제청이 있더라도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고려했을 때 임명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한 달 이상 대법관 공백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태악(사법연수원 16기) 대법관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본관 2층 중앙홀에서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식을 가졌다.

노 대법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해 2020년 3월 4일부터 대법관으로 재임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올 1월 21일 노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순영(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김민기(26기) 서울고법 고법판사(추천 당시 수원고법 고법판사) 등 4명을 추천했다. 하지만 후보 추천 이후 40일이 넘도록 조희대 대법원장의 후임 제청이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임명된 마용주 대법관의 경우 후보 추천 후 제청까지 12일이 소요됐다.

통상 대법관 임명 제청은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물밑 의견 조율을 거쳐 이뤄진다. 특히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대법관 제청은 청와대의 의중이 많이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법원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대법관 임명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 3일 출근길에 “신임 대법관 제청, 청와대와 계속 협의 중”이라고 밝혀 대법관 임명 제청에 청와대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당초 법원 안팎에선 청와대가 노 대법관 후임으로 여성 대법관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둘 중 김 고법판사에게 더 무게를 싣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고법판사는 진보성향 법관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서 항소심 주심을 맡았다.

다만 지난달 27일 재판소원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김 고법판사에 대한 제청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고법판사의 남편은 이재명정부에서 대통령 몫으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부부가 양 기관의 최고 법관 및 재판관으로 재직하는 것은 이해충돌 우려가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법원 내부에서 적임자란 평을 받는 윤 부장판사 역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역임했으며, 재판과 사법행정에 두루 능통한 인물로 꼽힌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의 사퇴 의사로 공석이 된 차기 처장 자리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카드란 점에서도 힘을 받는다. 다만 내란전담특별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을 맡고 있는 점이 변수다.

법조계에선 윤 부장판사를 제청할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사건 첫 공판일인 4일 이전에 제청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외에 손 부장판사는 지역 법관 배려 차원에서, 박 고법판사는 여성법관이자 노동법 전문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단 평가를 받는다.

노 대법관 후임이 공석이 되면서 대법원은 당분간 13인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 체제다. 다만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은 통상 재판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대법관 1명의 공석이 있을 경우 4인 소부 선고나 전원합의체 운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4년 상고심 본안 사건(선거 사건 제외) 처리 건수는 4만1732건이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대법관 1인당 연간 평균 3478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마용주 대법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맞물려 후보 추천 후 약 102일 만에 임명되면서 수백 건의 사건이 적체됐고, 2024년 12월 이후 전원합의체 선고도 한동안 중단됐다.

다만 대법관의 공백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선고가 이뤄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조직법상 전합은 대법관 총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되면 운영할 수 있다.

현 신숙희·엄상필 대법관도 전임인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퇴임 후 2개월여 공백을 거쳐 임기를 시작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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