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생활화학제품 동물실험 금지 추진… 글로벌 안전성 평가 패러다임 전환 본격화
2029년부터 세정제 등 동물대체 시험 의무화 … 인체기반 오가노이드 기술, 규제 대응 및 산업 적용 확대 기대
최근 유럽연합이 세탁세제 주방세제 등 일상적 청소 제품의 안전성 평가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화학물질 평가 체계가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유럽 동물보호단체 연합인 ‘Eurogroup for Animals’에 따르면 EU는 생활화학제품의 인체 및 환경 안전성 검증 시 동물실험 대신 과학적으로 검증된 비동물 기반 시험법(NAMs)만을 활용하도록 관련 규제를 개정했다.
이번 조치는 2029년 중순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으로 EU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생활화학제품은 동물실험이 아닌 대체시험법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윤리적 차원의 동물 복지 정책을 넘어 기존 동물 모델이 인간의 생물학적 반응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과학적 문제의식에 기반한 ‘규제과학’ 차원의 전환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화학·바이오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EU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비동물 시험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 됨에 따라 대체동물시험법을 통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 중에서도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하는 ‘오가노이드’ 기술의 산업적 활용도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정부와 국내 산업계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대응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를 중심으로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국내 유수의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여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동물대체 독성평가법 표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주도로 창립된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은 오가노이드 시험법의 산업적 확산과 글로벌 규제 대응을 위한 생태계 구축의 핵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미국 FDA가 2025년부터 의약품 개발 시 동물실험 의무 규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NAMs를 공식 허용한 것을 비롯해 영국 정부 역시 2026년부터 주요 동물 기반 허가시험을 대체시험법으로 전환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스위스 또한 국가 단위의 3Rs 전략을 통해 인체 세포 기반 실험 체계 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글로벌 안전성 평가 시장은 인체 기반 첨단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