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어디까지 왔나…현실에 없는 ‘원’ 구현

2026-03-04 13:00:04 게재

교실 디지털 전환 피할 수 없는 흐름 … 인프라·행정 재정 지원 필요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으로, 인공지능·빅데이터·온라인 플랫폼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교육을 설계하는 모든 시도를 뜻한다. 에듀테크를 앞세운 AI 디지털 교과서는 미래 교실의 풍경을 바꿀 마중물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2025년 8월 4일 도입한 지 한 학기 만에 AI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변경됐다. 급격한 정책 추진과 충분하지 않은 실증 연구, 현장 의견 수렴 부족이 겹친 결과라는 평이다. 미래 교육에 대한 변화는 ‘선언’으로 시작됐지만 이후 교실의 시간은 각기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다.

에듀테크를 두고 ‘교육 격차와 공백을 해소해 공교육을 살릴 청사진’이라는 기대와 ‘결국 수능은 종이 시험인데, 디지털 중심 수업이 대입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그 간극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공교육 현장에서 에듀테크는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다양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에듀테크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2020년부터 ‘팬데믹’으로 공식 분류된 코로나19는 교육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해 4월부터 시작된 줌(Zoom)을 통한 온라인 수업은 에듀테크라기보다는 ‘인터넷 강의’에 가까웠다. 정영선 경기 심원고 교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에듀테크는 이미 교육계의 주요 화두였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에듀테크는 시대 변화에 맞춰 반드시 익혀야 할 역량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설명한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변경되면서 에듀테크에 대한 교육부의 공식적인 지원도 자연스럽게 줄어든 분위기다.

◆팬데믹이 앞당긴 교실의 디지털 전환 = 에듀테크 활용은 지역과 학교, 교사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AI 선도학교와 온라인학교 등은 다양한 과목에서 에듀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학교도 많다.

다만 에듀테크 이용 격차를 두고 빨리 따라잡아야 할 ‘심각한 차이’라기보다 교과 특성과 교육 환경, 교사의 수업 방식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는 “학교에서 부분적으로 에듀테크를 사용하지만 아직까지 고3 교실에서는 에듀테크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에듀테크는 분명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다만 수업의 중심을 단숨에 대체하기보다 교사의 수업 설계 안에서 필요에 따라 점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한다.

공동 교육과정의 한 축인 전국 17개 온라인학교는 에듀테크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꼽힌다. 소속 학생이 없는 학교 특성상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절대평가 과목을 중심으로 과제와 활동 위주의 수업을 운영하면서 에듀테크가 수업 전반에 자연스럽게 깊이 활용되고 있다. 인천온라인학교는 20여 개의 핵심 에듀테크를 엄선해 수업에 활용하며 온라인 수업에 최적화된 수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하늘 인천온라인학교 교사는 “에듀테크는 ‘기술 중심’이 아니라 ‘수업 설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업 목표와 에듀테크가 ‘따로국밥’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다 그 도구가 교과의 학습 목표와 수업 구조에 얼마나 적합한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되나 = 수학 교과에 특화된 대표적인 에듀테크로는 지오지브라(GeoGebra)가 있다. 추상적인 수학 개념을 ‘ 보이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정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예를 들어 수학에서 말하는 원은 중심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이지만 점은 두께가 없고 선 역시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완벽한 원은 현실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개념이다. 한데 지오지브라를 활용하면 정의에 가까운 ‘이상적인 원’을 화면 위에서 구현할 수 있다. 점을 움직이면 수식과 그래프가 동시에 변하고 반지름이나 계수를 조절하면 도형의 변화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학생들은 눈으로 보고 직접 조작하며 ‘아, 이것이 정의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다”라고 분석한다.

지리 수업에서 에듀테크를 활용할 때 가장 큰 장점은 ‘보여주기’와 ‘연결하기’이다. 지형과 지도는 글이나 사진만으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구글 어스(Google Earth)나 구글 스트리트 뷰(Google Street View) 등을 활용하면 실제 공간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 항공 사진과 거리 화면을 오가며 도시 구조나 지형 변화를 설명하면 학생들은 추상적인 개념을 눈으로 확인하며 쉽게 이해하게 된다. 패들렛(Padlet)에 지도를 배경으로 설정해 학생들이 직접 위치를 표시하고 조사한 내용을 게시하도록 설계하면 공간에 대한 이해와 탐구 활동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강권일 제주 삼성여고 교사는 “도시 내부 구조 변화를 다룰 때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해 서귀포시의 과거 자료와 현재 로드뷰 화면을 비교해 보여주면 변화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외국어 교과에서는 클래스카드(ClassCard)가 많이 활용된다. 클래스카드는 교사가 단어장을 만들어 학생과 공유하고 학생은 플래시카드 방식으로 어휘를 반복 암기한 뒤 테스트와 오답 복습까지 이어갈 수 있는 플랫폼이다. 객관식·주관식·스펠링 등 다양한 테스트 모드를 제공하며 학습 결과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 수업과 형성 평가에 연계하기 쉽다.

김상근 교사는 “스피크(Speak)나 듀오링고(Duolingo)는 AI 튜터가 대화 상대가 되어 학생과 실시간으로 말하기를 연습하고 발음과 표현을 즉각 교정해주는 영어 말하기 중심 학습 앱이다. 학생마다 1:1 원어민 교사를 두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일부 에듀테크는 교과 구분 없이 폭넓게 활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슬라이도(Slido)다. 김하늘 교사는 “슬라이도는 실시간 질문·투표·워드클라우드 기능을 제공하는 참여형 에듀테크다. 학생들이 익명으로 질문을 올리면 교사는 이를 즉시 화면에 공유하며 수업에 반영한다. 교과 특수성을 살리기보다는 온라인 수업의 핵심 과제인 ‘유대감 형성과 상호작용 강화’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높다”고 말한다.

에듀테크는 학교 특화 프로그램이나 진로 활동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경기 심원고는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책으로 완성하는 진로 독서 프로젝트’에서 에듀테크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수업 도입부에선 ‘SBS 스페셜 난독시대’ 시리즈를 시청하며 문해력의 중요성을 짚고 쇼츠 중심 콘텐츠 소비의 위험성을 돌아본다. 이후 3~4차시에 걸쳐 진로 관련 도서를 읽은 뒤 캔바(Canva)를 활용한 카드뉴스 제작과 북크리에이터(Book Creator)를 통한 온라인 책 편집을 진행한다.

◆공동체가 키우는 에듀테크 =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AI·디지털 기반 수업 실천 가이드북: 성장하는 교사, 다섯 가지 질문’을 발간했다(https://bit.ly/rootofaiera).

교사들의 선행연구와 수업 경험을 분석해 AI·디지털 기반 수업 실천의 단계별 가이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교육의 본질적 고민에 대한 답을 교사들이 찾아가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은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AI·디지털 기반 수업은 교육의 본질에 더욱 다가가 학생의 실제 성장을 도모하는 일이기에 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왜 이 수업을 하는지, 왜 이 도구를 선택했는지,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를 스스로 관찰·분석하고 그 경험을 공동체와 공유하면 다른 교사들이 참고할 만한 자료가 된다”라고 설명한다.

충북도교육청은 ‘AI·에듀테크 활용교실수업 우수사례집’을 발간해 활용하고 있다. 사례집에 소개된 한 중학교 3학년 한문 수업에서는 5차시에 걸쳐 다양한 에듀테크를 부분적으로 활용했다. 게임 기반 플랫폼 띵커벨(Thinkerbell), 실시간 의견 수집 도구 멘티미터(Mentimeter) 등을 수업의 흐름에 맞게 배치해 학습 참여를 이끌었다. 박경인 충북도교육청 장학사는 “사례집은 개별 교사의 실천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른 교사가 참고·재구성하며 확산될 수 있기에 의미가 크다”라고 설명한다.

◆에듀테크, 해결해야 할 과제 = 에듀테크가 공교육 안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 많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인프라의 한계다. 학교에서 지급한 태블릿의 성능이나 교실 내 무선 인터넷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장 교사는 “프로그램이 복잡할수록, 데이터 사용량이 많을수록, 교실 환경은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 소프트웨어가 발달할수록 오히려 하드웨어 기능은 단순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기본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으면 수업의 흐름이 끊기고, 학습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한다.

부족한 인적 지원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수업 중에 학생들이 접속 문제를 겪거나 프로그램 사용 방법을 묻는 상황이 발생하면, 교사는 수업 진행과 기술 지원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업의 흐름이 쉽게 끊긴다.

장 교사는 “실제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수업을 시도해본 결과 보조교사나 기술 지원 인력이 함께할 때 수업의 안정성과 완성도가 훨씬 높았다”고 조언한다.

행정 지원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 일부 플랫폼은 유료 구독이 필요하고, 해외 기반 서비스는 결제와 행정 처리 과정이 복잡해 현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예산 집행의 유연성과 행정적인 협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교사가 필요로 하는 에듀테크를 적시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 교사는 “교사 전체 설문에서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노션, 클래스카드, 카훗, 멘티미터 등도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지원받지 못했다. 에듀테크 수업 연구에 진심인 교사들에게 필요한 도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점이 가장 아쉽다”라고 토로한다.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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