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칼럼

제품환경규제의 핵심 에코디자인(ESPR)

2026-03-04 13:00:04 게재

한국에서 올 4월 9일은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다. 즉, 올해 4월 9일까지는 자연의 자생적 회복력의 범위 내에서 자원을 사용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회복불가능한 정도의 자원 사용과 환경파괴가 이뤄질 것이다. 글로벌 풋프린트네트웍의 발표에 의하면 지구 전체로 보면 2025년의 경우 7월 24일이었다.

우리나라의 2026년 4월 9일은 조사 대상 86개 국가 중 19번 째에 해당되며 이는 우리가 전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허용된 자원을 고갈시킴을 의미한다. 미국은 3월 14일, 일본은 5월 14일, 중국은 5월 27일로 나타났다. 우리의 경제활동과 소비패턴이 유지된다면 그것은 미래세대들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의 감당능력을 훼손하면서 그들에게 빌려온 자연자산을 무상으로 도용하는 셈이 될 것이다.

위 자료는 인류가 총체적으로 소비하는 생태계서비스가 지구의 재생능력을 초과한 지 오래되었으며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언젠가 자연파괴로 인한 인류의 재앙이 닥쳐올 것이라는 경고이다.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비효율적이고 수명이 길지 않고 독성을 가지며 사용 후 수리나 재사용이 어려워 버리게 되는 특성을 가지므로 내재적으로 과도한 자원사용과 환경파괴를 초래한다.

이러한 생산-소비-폐기 패턴인 선형경제 (linear economy)에 대한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20세기 말부터 논의된 것이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다.

순환경제는 생산-소비-회수를 통해 사용 후 제품이 폐기되지 않고 공유 수리 재사용 재활용을 통해 다른 제품 생산의 원료가 되는 재생적 생산 및 소비시스템으로서 자원사용과 환경파괴를 최소화한다. 유럽연합(EU) 국가 중심으로 발전해 온 순환경제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다.

환경파괴 막는 지속가능한 대안 순환경제

첫째, 친환경설계를 주요 방법론으로 채택하면서 사용 후 처리 접근방법에서 사전예방으로 중심이 옮겨져 왔다. 즉 이미 발생한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것보다 아예 발생 원천에서 예방하는 것이 더 효율적 경제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목표와 기업의 이익 목표 달성에 훨씬 효과적이다.

에코디자인은 과거 20여년 동안 실무에서 자발적으로 발전해왔으며 현재는 EU의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규정(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ion Regulation) 같은 법규로 의무화됐다.

둘째, 순환경제시스템 구축과 활용에는 투자와 비용이 발생하는데 비용이 기대수익보다 작으면 기업이 회피할 것이다. 따라서 순환경제시스템이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초과하는 기대수익이라는 전략적 유인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순환경제시스템이 확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 경영자의 혁신적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즉, 기업 경영자는 에코디자인을 규제 대응이나 기술적 이슈로 보지 않고 기업의 핵심 사업전략 수단, 즉 제품과 서비스 시장에서의 브랜드 차별화와 원가 우위 전략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스위스 건축 자재 및 솔루션 기업 홀심(Holcim)은 제품 포트폴리오 자체가 순환경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홀심은 핵심 기술인 에코싸이클(ECOCycle)을 적용하여 폐콘크리트와 벽돌을 재활용해 고품질의 골재와 시멘트를 생산하고 천연자원 사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여 원가경쟁력을 제고하는 성공사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파타고니아의 무상수선서비스 원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의 예에서 지속가능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시장차별화 효과를 주기도 한다. 또한 에코디자인은 공급망 위험이나 자연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회복탄력성 확보를 통해 위험관리 전략이 핵심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EU의 총합적 제품환경규제에 대비해야

셋째, 가장 현실적이고 긴급한 이슈로서 EU의 ESPR과 같은 강력한 규제가 산업별로 시차를 두고 올해부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되어 EU 시장에의 수출과 EU 영내의 영업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가져올 것이다.

EU가 2024년 발표한 ESPR은 에코디자인 규제이면서 나아가 환경규제의 결정판이다. 그동안 주로 사업장 환경규제나 에너지 효율 중심의 제품환경규제로서 에너지 사용제품에 초점을 두었지만 ESPR은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탄소배출 뿐 아니라 내구성 수리가능성 재사용성 재활용성 등의 다양한 제품 특성을 모두 요구하는 총합적 제품환경규제다.

그리고 미판매제품의 폐기 금지와 인체와 환경 우려 물질의 정보 공지 등 강력한 조치도 포함한다. 또한 제품의 지속가능성 자체를 규제할 뿐 아니라 그에 관한 포괄적 정보를 요구하는 디지털제품여권(DPP)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향후 기후변화 대응 및 순환경제를 포괄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통합적인 규제패키지로 작용할 것이다.

SDG연구소 소장 인하대학교 ESG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