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경력자, 버젓이 체육지도자로”

2026-03-04 13:00:06 게재

감사원, 대한체육회 감사보고서

‘경기인 등록제도’ 관리 부적정

학교폭력 가해선수 대회 참가

폭행과 성폭력 등 범죄를 저질러 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취소된 상당수가 학교 등 체육현장에서 지도자로 활동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교폭력 사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 가해자들이 버젓이 대회에 참가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대한체육회 운영 및 관리·감독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이 2020년 8월~2024년 12월 범죄경력으로 체육지도자 자격 취소 조치를 받은 자들의 지도자 등록 여부를 점검한 결과 폭행과 성폭력 등 범죄로 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취소됐는데도 학교 등 체육현장에서 지도자로 활동 중인 이들이 222명에 달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도개선을 요구했으나 체육회가 시행을 유예하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체육회는 ‘경기인 등록제도’를 운영하면서 선수 폭행·성범죄 등을 등록 결격사유로 규정했으나 관련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단이 없었다. 이에 경찰청을 통해 체육지도자 자격증 보유자의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 8월 범죄경력 조회가 가능한 체육지도자 자격증 소지자만 경기인 등록이 가능하도록 체육회에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체육회는 현장 지도자들이 자격을 취득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제도 시행을 6년에 걸쳐 유예한 바 있다.

감사원은 결격 대상자임에도 지도자로 등록하거나 지도자 등록기간 중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조치방안을 마련하도록 체육회에 통보했다.

체육회가 학교폭력 가해선수에 대한 관리를 미흡하게 해온 사실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체육회는 2021년 11월부터 학폭 가해선수의 체육회 및 종목단체 주관 대회 참가를 제한하고 있지만 스포츠윤리센터가 발급하는 징계 관련 증명서를 활용하지 않고 학생의 서약서만 징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학폭 사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2022~2024년 29개 종목단체 152명의 학폭 이력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침해 조사결과 등에 대한 징계 처리도 부적정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비리신고를 접수해 조사결과를 문체부에 통보하면 문체부는 각 체육단체에 징계를 요구하고 체육단체에서 징계를 처리하는 절차를 밟는다.

감사원이 징계요구일로부터 6개월 이상 징계가 지연된 사례를 점검한 결과 체육회가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해 해당단체에 전달하지 않거나 체육단체에서 징계를 지연한 사례가 확인됐다. 또 선수 폭력·성폭력, 횡령, 승부조작 등에 대해선 감경이 금지되지만 체육회는 5개 종목단체에서 징계를 부당 감경한 것으로 보고받고도 방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종목단체에서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을 담당하는 이사 또는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이 직을 유지한 채 국가대표 지도자에 지원·선발되는 일이 빈번해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데도 체육회가 이를 방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2~ 2024년 29개 종목단체에서 국가대표 선발방식과 후보자 평가를 담당하는 이사 및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국가대표 지도자로 지원·선발된 이들이 70명에 달했다. 농구협회와 철인3종협회에서는 지도경력이나 자격조건을 갖추지 못한 국가대표 지도자를 선발했는데도 체육회가 그대로 승인하는 일도 있었다.

불합리한 국가대표 훈련지원 사례도 적발됐다. 체육회는 매년 국고보조금 600억여원을 국가대표 훈련지원에 사용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체육회는 ‘2024년 국가대표 강화훈련계획’ 기준에 따라 파리 올림픽 금메달 가능 종목으로 분류된 사격 대신 근대5종을 최상위 지원등급으로 분류해 인력 등 지원을 확대했다. 반면 사격에 대해선 7명의 선수를 감원하고 8200만원의 예산을 삭감했다.

체육회 운영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체육회는 ‘정관’ 등에 따라 올림픽종목단체로부터 서면 추천받은 이사가 과반수가 되도록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전 체육회장은 당선 후 본인과 선거캠프 관계자의 추천을 받아 올림픽종목단체 소속 이사 비중이 38%에 불과한데도 그대로 선임했다. 체육회는 또 2023년 5월 자금난에 따른 운영자금 30억원 차입 안건을 문체부와 이사회에 승인받으며 행사성 예산 축소 등을 보고하고도 이후 이사회 의결 없이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등 부적정하게 예산을 편성·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문체부 장관에게 체육회가 내부통제 체계를 개선하도록 지도·감독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고 체육회의 규정 관리, 보조금 교부 관리 등 감독 기능을 적절히 행사하도록 주의 요구했다. 체육회장에게도 상임감사제 도입 등 내부 통제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