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소원’ 도입 후속 논의
재판관 회의 … 사건 접수·배당·처리 등 전반 다뤄
국회가 재판소원제 도입 관련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헌법재판소가 후속 절차 논의에 나섰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3일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여하는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는 이날 오후 6시까지 2~3시간 동안 진행됐다.
헌법재판관 회의는 소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재판관 3명 이상의 요청이 있을 때 소집한다.
회의는 지난달 27일 재판소원제를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사건 접수와 배당, 처리 방향 등이다.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는 즉시 시행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 최대한 준비를 마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내용은 기존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헌재는 심리를 거쳐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경우 해당 재판을 취소한다. 이 경우 법원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질 수 있게 돼 기본권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헌재는 지난달 13일 재판소원 도입 관련 자료를 내고 “재판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데 필요한 제도”라며 “헌재의 인적·물적 역량을 확대하고, 심판사무처리를 효율화하는 등 노력을 병행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법조계에선 재판소원 시행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된다. 소송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사실상의 ‘4심제’로 운용될 수 있고, 결국 소송 결과 확정이 늦어지면서 당사자들의 부담이나 고통이 길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현재 헌재 인력 구조나 그간의 사건 처리 경과를 토대로 볼 때 재판소원 사건 폭증으로 종국적 분쟁 해결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헌재는 이에 대해 지난달 13일 언론에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2022년 재판소원을 도입한 대만 사례를 들어 “도입 초기에는 접수되는 심판사건 수가 대폭 증가할 수 있으나, 적법 요건 등에 대한 헌재 판례가 집적되고 재판소원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제도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그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헌재 인력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재판소원 사건이 폭증하면 헌재가 이를 전부 감당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제도를 벤치마킹해 헌재가 그동안 꾸준히 헌법연구관 인력을 보강하고 연구 역량을 강화해 왔지만, 부장판사급이 주축인 대법원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법조 경력이 적은 헌법연구관의 연구 역량에 대한 우려 섞인 문제 제기도 있다.
헌재는 이와 관련해선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다면 헌법연구관과 심판지원인력 증원을 위한 예산 확충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헌재의 준비와 별개로 판결 취소 이후 실무상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준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