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도 독서는 사유의 기반”

2026-03-05 13:00:03 게재

“독서, 개인의 취향 아닌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 조건” … 학교도서관 기반 교육 필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글을 쓰고 책을 요약하는 시대다. 정보 생산과 소비의 방식이 급격히 바뀌는 가운데 개인을 깊은 사유로 이끄는 독서는 여전히 유효한 지식 형성의 방식으로 남아 있다. 지난달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책문화정책포럼 제1회 인공지능 시대 독서의 의미’는 독서를 문화정책의 주변이 아닌 중심 의제로 재배치하고 법·제도 개선 방향까지 모색한 자리였다. 인공지능 확산 속에서 깊이 읽기의 가치와 독서정책의 전환을 둘러싼 목소리를 정리했다.

사진 달리

포럼에서는 ‘인공지능 시대 독서의 의미’를 주제로 독서의 본질과 정책 방향을 폭넓게 논의했다. 포럼은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와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문화예술특별위원장)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책문화정책포럼연구회 어린이청소년책문화연대 책문화네트워크가 주최했다.

손 의원은 축사를 통해 “우리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정보를 찾고 글을 요약하며 창작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 살고 있다”면서 “기술의 진보는 편리함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유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숙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는 인공지능 트렌드 속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독서의 본질과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면서 “독서 문화는 우리 공동체의 정신적 토양이며 이를 단단하게 일구는 정책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서, 생각하게 만드는 최후의 장치” = 포럼에서는 독서를 인간 고유의 사유 행위로 재정의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기조 발제를 맡은 박수밀 한양대 연구교수(고전학자)는 박지원의 문장을 인용하며 독서의 의미를 재해석했다. 그는 “사물 읽기가 책 읽기이며 타인의 삶을 보며 배우는 것이 진짜 독서”라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 시대 독서는 데이터가 아닌 현상을, 정보가 아닌 삶과 의미를 읽는 일”이라며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세상이라는 책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책문화정책포럼 제1회 인공지능 시대 독서의 의미’가 열렸다. 사진 책문화네트워크 제공

또한 박 교수는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을 공감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인간 고유의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독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판단을 위임하지 않는 주체적 시민을 길러내는 공적 가치”라며 “인공지능 시대, 독서는 더 빨리 읽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인간 최후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박 교수는 “빠른 검색이 아닌 머무는 독서의 공간으로, 정답 찾기가 아닌 질문 키우기의 독서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독서 정책은 문화 진흥을 넘어 사유하는 시민을 양성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보루”라고 밝혔다.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출판저널 편집위원장)는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독서를 개인의 취향이 아닌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 조건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며 “독서정책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등으로 분산돼 있어 종합적 추진체계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문기구가 아닌 행정위원회 형태의 국가 독서정책 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또 “현행 독서문화진흥법이 행정 주체와 예산 근거 등을 명확히 담지 못하고 있다”며 “전 국민의 독서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교육 기반에서 어린이·청소년의 독서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학교도서관을 독서·탐구·토론의 교육 공간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읽기 통한 문해력, 비판적 사고력 중요” = 지정토론에서는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독서의 공공적 의미가 다시 강조됐다. 이덕주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회장(송곡관광고등학교 사서교사)은 “인공지능 기술이 지식의 생산과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전환기에 역설적으로 깊이 읽기를 통한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이 생성한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역량은 학교도서관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독서 및 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특히 “학교도서관의 법적·제도적 기반이 관리 중심에서 교육 중심으로 대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독서문화 진흥 사무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독서문화진흥법에 규정돼 있어 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 추진과 예산 반영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이어 그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학교 독서교육의 주체와 책임을 명확히 하고 실질적 정책 집행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구로문화누리도서관장은 인공지능 시대 도서관의 역할을 강조하며 독서를 공공 기반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이 관장은 “인공지능 시대의 독서는 지식을 쌓는 행위가 아닌, 지식의 맥락을 이해하고 주도하는 행위”라며 “인공지능 시대에는 좋은 답보다 좋은 질문을 통해 논리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독서정책이 실질적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한 데 대해 “독서를 국가 교육전략으로 삼는 범국민적 움직임이 시작된 지금이야말로 실천적 독서정책을 추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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