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인모터스·나노인텍 ‘전기버스 배터리팩 국산화’ 협약
중국산 탈피·국산 제조업체 전환 본격화
강화된 전기버스 보조금 정책에 선제대응
국내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피라인모터스(대표이사 홍성범)가 배터리팩 전문기업 나노인텍(대표이사 박병호)와 손잡고 전기버스용 배터리팩 국산화에 나선다. 두 회사는 5일 강원도 원주 나노인텍 본사에서 ‘전기버스용 배터리팩 국산화 개발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핵심 부품 자립화를 위한 공동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전기버스 배터리 국산화 추진 = 이번 MOU는 국내 메이저 배터리 셀 제조사가 공급하는 고효율 NCM(니켈·코발트·망간) 셀 기반의 전기버스용 배터리팩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배터리 모듈·팩·BPDU(배터리팩 분배장치)·PRA(파워 릴레이 어셈블리) 등 핵심 구성품 전체를 국산화하고, 피라인모터스의 주력 차종인 11M(대형)·9M(준대형)·7M(중형) 전 라인업에 적용·검증·양산 준비를 함께 추진한다.
피라인모터스가 차량 제원·운행 패턴·성능 요구사항 등 설계 정보를 제공하면, 나노인텍은 배터리팩을 설계·제작하고 국제 안전 인증을 수행한다. 피라인모터스 경영진은 이날 나노인텍 본사를 직접 방문해 배터리사업부 자동화 라인을 시찰하며 양산 역량을 점검했다.
피라인모터스 홍성범 대표는 “이번 협력은 중국산 수입·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국산 전기버스 제조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며 “강화되는 보조금 정책에 대응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피라인모터스는 2003년 설립 이후 중국 하이거와 ODM 방식으로 전기버스를 수입·판매해왔다. 이후 2024년 경기도 화성에 연간 500대 규모의 제1공장을 준공하고 국내 생산체제 전환을 본격화했다. 충남 서천군 장항 생태산업단지에는 제2공장을 추가로 조성 중이다. 두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3000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는 미국 마이크로베스트(MVST)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나, 이번 MOU로 배터리까지 국산화 범위가 확대된다.
◆국산 핵심부품 비중확대 = 나노인텍 박병호 대표는 “단순 공급계약을 넘어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최적화된 통합 솔루션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나노인텍은 창업 30년의 배터리팩 전문기업이다. 우진산전 전기버스에 양산형 배터리팩을 납품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VOCAI사와 AI 기반 스마트 배터리팩 공동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번 협력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화된 전기버스 보조금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환경부는 2026년부터 배터리 에너지 밀도 기준을 대폭 높여 일정 수준(500Wh/L 초과)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버스에는 보조금을 감액 지급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로 탑재하는 전기버스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구조다. NCM 배터리는 LFP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아 보조금 기준을 충족하기 유리하다.
피라인모터스가 NCM 셀 기반의 국산 배터리팩 개발에 나선 것은 이 보조금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란 설명이다. 국산 부품 비중 확대는 정부의 ‘국산 우대’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MOU가 피라인모터스의 기업공개(IPO) 준비와도 맞물린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산 수입 의존에서 벗어나 국산 핵심부품 자립을 증명해야 자본시장의 평가를 높일 수 있어서다. 피라인모터스는 2025년 말 기준 누적 판매 1500대를 돌파하며 국내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