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법, 독립법 제정이냐 기존법 개정이냐
국가책임 강화엔 공감 … 입법 방식 놓고 정부-국회 이견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4명이 비만인 시대, 비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비만이 단순한 외모의 문제를 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질환’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다.
5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비만 관련 ‘제정’ 법안이 3건 발의돼 있다. 지난 2024년 11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만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고, 2025년 1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비만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2026년 3월 서미화 민주당 의원이 ‘비만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냈다.
3개 법안 모두 비만을 공중보건 차원의 핵심 과제로 규정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5년 단위 국가계획 수립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위원회 설치 △3년 주기 실태조사 △연구·예방·치료지원 사업 근거 마련 △3월 4일 기념일 지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비만을 ‘비만병’이라는 독립적 질병으로 명시할지 △비만 자체에 초점을 둘지, 비만으로 인한 질환까지 포괄할지 △진료 치료 등 정책 범위를 얼마나 포괄적으로 규정할지 등에서 차이가 있다.
비만 예방·관리법 제정과 관련해 22대 국회에서 한차례 법안 심사가 진행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2소위원회 회의에 박 의원이 발의한 ‘비만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과 이 의원이 발의한 ‘비만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 그리고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함께 논의됐다.
이날 회의의 주요 쟁점은 비만 관리 체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법률인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할지 별도의 독립법을 제정할 것인지였다. 정부는 기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형훈 복지부 2차관은 “비만은 신체 활동, 영양, 생활 습관, 사회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서 만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므로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국가와 지자체의 비만 예방 대책 추진 규정을 추가함으로써 이 법률안들의 취지를 달성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별도의 독립 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만 6조원, 전체 사회적 비용은 15조원이 넘는다”며 “암, 결핵, 치매처럼 비만도 별도의 법률로 관리해야 실질적인 대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오남용 문제를 언급하며 “저소득층의 경우 비만 질환 치료비 지원 규정이 없으면 건강 격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단순 예방을 넘어 ‘진료와 치료’가 법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 38%가 비만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면서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독립 법 제정에 힘을 실었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 역시 “비만 국가책임제는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사안”이라며 제정안 도입에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정부가 독립법 제정에 ‘신중 검토’ 입장을 견지한 가운데 이수진 소위원장은 “비만 치료제 오남용 방지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도 체계적인 법안이 필요하다”고 정리하며 정부 측에 ‘정부 수정안’을 가져올 것을 주문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