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트레이드의 정점과 ‘블랙스완’

2026-03-06 13:00:03 게재

미-이란 전쟁 변수로 유가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복병 … 낙관론 기대 꺾여

다카이치정권은 작년 10월 출범 이후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 ‘엔화·국채 매도(엔저 금리상승)와 주식 매입(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다카이치 트레이드’를 촉발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1.6%에서 2.3%로 올랐고, 엔달러환율은 147엔에서 158엔까지 상승(엔저)했으며, 물가는 3%대로 치솟았다. 그러나 2월 8일 총선 압승으로 정치적 안정이 확인되자 닛케이지수는 5만8850엔까지 최고치를 경신했고, 국채금리는 2.1%로 하락하며 안정됐다. 대미 환율도 156엔 이하에서 등락했다. 긍정적인 트레이드였다.

그러나 2월 28일 이란 전쟁이 발생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시장이 열린 3월 2일 이후 4일까지 주가는 총선 전 수준인 5만4246엔으로 하락했고, 환율은 157엔을 넘어섰다. 국채금리는 안전자산 선호 매수와 물가상승 우려 매도 공방으로 등락을 거듭하며 2.1%대를 유지했다.

향후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은 장기금리를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주가하락 환율상승 물가상승, 그리고 금리의 재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낙관론에 기대던 다카이치 트레이드의 앞날은 불확실해졌다.

경제성장 전략의 구조적 전환

2월까지의 주가상승은 단순한 자금 유입을 넘어 장기불황 탈출과 기업 거버넌스 개혁이 만들어낸 ‘일본 증시의 상품성 회복’에 기인한다.

다카이치정권 출범 이후 시장은 일본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안보 협력에 기반한 성장을 기대하며 주가 상승세도 한층 가팔라졌다. ‘책임 있는 적극 재정’ 아래 반도체·AI, 조선, 바이오, 자원·에너지 안보, 항만·물류, 방위산업, 해양 등 17개 전략 분야에 대한 다년도 예산 편성은 전례없는 민관 협력을 이끌며 투자 환경을 혁신하고 있다.

과거 투자 정체의 원인이었던 낮은 기대 수익률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파격적인 보조금과 규제완화로 기업 부담을 낮췄다. 엔저를 제조 기반 부활의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반도체·AI 분야에만 10년간 50조엔 투자를 예고했다. 시장은 이러한 공격적 공급 중심 정책이 실질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베팅했고, 이는 2월 국채금리 하락(국채 매수)의 주요 배경이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 속에서 일본이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며 새로운 산업 질서를 주도하고 있다. 하이테크 생태계 측면에서 일본의 강점은 완제품보다는 공급망의 병목(Bottleneck) 장악에 있다. 인텔과 TSMC가 의존하는 이비덴의 첨단 패키징 기판, 신에츠화학의 대체불가능한 소재, 도쿄일렉트론의 장비 경쟁력은 세계 AI 생태계의 급소를 쥐는 경제안보 전략의 핵심이다.

방위산업도 전략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내수 중심이던 방위산업은 수출산업으로 격상되었고,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5년 방산 수출액은 약 8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의 절반 이하 수준이지만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첨단 소프트웨어 기반의 디펜스테크 기업으로 전환하며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 역시 대전환 국면이다. 원전 재가동과 차세대 원자로 개발은 산업계 전력 비용을 낮추는 안보전략이다. 일본정부가 발표한 약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융자 중 첫 단계인 360억달러에 AI 데이터센터용 가스발전 사업이 포함된 점은 일본의 에너지 정책이 글로벌 기술 인프라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환헤지와 자본 엑소더스

기록적인 외국인 자산 유입은 일반적으로 엔화 가치 상승을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엔저가 유지된 배경에는 두 가지 수급 요인이 있다.

첫째, 외국인의 환헤지 및 엔화 차입 전략이다. 시장 거래 자료를 보면 2026년 1~2월 외국인은 5조엔 이상의 ‘바이 재팬’ 공세를 펼쳤지만 환헤지 비율을 약 60% 수준으로 유지하며 엔고 압력을 상쇄했다. 일부 헤지펀드는 저금리 엔화를 차입해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활용하며 엔화 매도 압력을 확대했고, 이는 주가상승과 엔저를 동시에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거대한 자본 엑소더스다. 외국인이 5조엔을 유입시키는 동안 일본 개인과 기관은 신니사(新NISA, 개인 투자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주는 투자계좌 제도) 등을 통해 약 9조엔을 해외자산에 투자했다. 유입 대비 유출 비율이 1:1.8수준에 달하면서 엔저 압력이 구조적으로 확대됐다.

재무성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2025년 경상수지는 31.9조엔 흑자인데 이 가운데 해외 자회사 직접투자 수익(26조엔)의 40%인 11.3조엔이 국내로 환류되지 않고 현지에 유보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동시에 무역수지는 8487억엔 적자를 기록해 환율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흐름의 근저에는 정책금리(0.75%)와 인플레이션(3%) 사이의 ‘단층’이 존재한다. 실질금리 -2.25%에 달하는 구조는 ‘엔화를 보유하면 손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자본유출을 정당화했다.

그럼에도 일본 증시는 강한 유동성을 유지했다. 거래 통계를 보면 1~2월 총 유입 자금 약 22조엔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시장을 실제로 견인한 주체는 내국인 개인(55%, 12조엔)과 기관 및 기업(20%)이었다. 특히 신NISA를 통한 개인 자금 유입은 일본 증시의 구조를 개인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2월까지의 시장은 엔저를 발판으로 내국인 자금이 버티고, 외국인이 가세하는 독특한 호황국면이었다.

이란 전쟁이 가져올 3가지 시나리오

이란 전쟁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일본에 인플레이션 4%와 금리 3.0%라는 재정적 마지노선을 위협한다. 일본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250%를 넘고, 연간 122.3조엔 예산의 1/4이 국채 관련 지출이다. 정부의 전망으로도 2029년에는 국채 상환 비용이 사회보장비를 추월할 것으로 나타난다. 국채금리를 2.5% 이내로 관리하는 것은 정권의 사활적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질서 있는 정상화다. 중동 사태 조기 해결의 경우 물가가 3% 안팎에서 안정되고 정책금리가 1.25%까지 점진적으로 인상되는 경우다. 국채금리가 2.5% 이내에서 관리되고, 성장속도가 이자 부담을 상회하면 가능하다. 엔화는 140엔대 후반으로 완만히 절상되고 주가는 안정적 상승을 이어간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정책 충돌과 금융위기다. 석유가격 상승 영향으로 물가상승율이 4%에 달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1.75~2.25%까지 인상한다. 국채금리가 3.0%를 넘어서면 재정위기 우려가 확산되고, 엔 캐리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며 주가와 환율이 동반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쟁 영향으로 일본 국채 수요가 늘어 금리상승을 일시적으로 억제할 가능성은 있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정치적 억제와 엔저 폭주다. 재정확대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0.75%에 동결할 경우 실질금리는 더욱 하락한다. 엔화는 160엔을 훌쩍 넘어설 수 있으며 주가는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급등 또는 중동 사태 지속 경우의 하락이 공방하는 난조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수입물가 급등이 민생위기로 이어진다.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정점을 찍던 순간인 28일 발생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일본 경제를 ‘두번째 시나리오’(정책 충돌과 금융위기)의 경로로 밀어 넣고 있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일본에 중동발 유가 급등은 단순한 물가상승을 넘어 재정 기반을 흔드는 공급 충격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호황과 금융위기 가르는 분기점

이제 일본은 지정학적 화약고라는 암초를 마주하며 시험대에 올랐다. 다카이치정권의 산업 정책과 경제안보 전략이 이 복합 위기를 돌파할 방패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과도한 재정팽창이 불러온 ‘예고된 위기’의 서막이 될 것인가. 2026년 봄은 일본 경제가 30년 만의 호황을 이어갈지, 아니면 금융위기로 전환될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 전 테이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