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3법’ 앞두고 사법부 침묵
조희대 대법원장, 공식 입장 발표 안해
12~13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 결과 주목
헌재 ‘재판소원 사전심사부 준비’와 대조
‘사법개혁 3법’이 국무회의에서도 통과되면서 공포,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사법부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주 열리는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대응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별한 방안이 없어 무기력한 모습이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제 도입을 앞두고 사전심사부를 별도 운영하기로 하는 등 발빠르게 준비에 나서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6일 정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을 심의·의결했다.
법왜곡죄(형법)와 재판소원 도입(헌법재판소법)은 법안 공포 즉시,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은 공포 2년 뒤인 2028년부터 시행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조계 일부가 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야당도 대통령의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이 대통령은 거부권을 쓰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사법개혁 3법이 통과된 뒤인 지난 3일 청사 출근길에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점은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법개혁 3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에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12~13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열고 다시 한번 사법개혁 3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간담회는 매년 3월 열리는 정례 회의다.
하지만 사법부가 나름대로 공청회와 전국 법원장회의 등으로 우려를 표했는데도 법안이 다 통과된 만큼 법원 내부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방의 한 법원장은 “일부 법원장 중에는 초비상상황이라는 분들도 있어 사법 3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사법부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제도 즉시 시행을 앞두고 내부 규정 등 실무 준비가 안 돼 있고 부작용 방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가장 큰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제도는 법왜곡죄다. 법왜곡죄는 형사사건에 관여하는 판·검사가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사용하거나 증거를 인멸 또는 조작하면 적용된다.
한 부장판사는 “예를 들어 1심 무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거나 그 반대인 경우에 피고인이나 고소·고발인이 판사를 고발하는 사태가 당장 일어날 것”이라며 “언제든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판사가 부담을 느끼고 재판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은 판검사를 향한 고소·고발이 난무할 경우 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장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나 검찰이 실제 수사에 나서면 사법부 차원에서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판소원제도가 도입될 경우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를 문제 삼아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무효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헌재의 법원 판결 취소 이후 구체적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혼란도 예상된다. 헌재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취소하면 하급심으로 파기환송 하는지, 재심을 열어야 하는지 등이 정해지지 않아 대법원과 헌재가 조속히 절차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헌재 관계자는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헌재가 위헌 확인을 하면 입법·행정·사법 각 기관에서 그 기속력에 따라 다시 재처분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라며 재판 취소 이후 절차는 사법부가 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에는 재판소원이 청구될 때 사건 기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실무 규정이나 전산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수만 건의 사건 중 상당수가 헌재로 향할 경우 사건 기록을 복사하고 송부하는 것만으로도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법원의 민형사 사건의 전자기록을 어떻게 오염되지 않게 헌재로 넘길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헌재는 재판소원제 시행을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헌재는 재판소원을 위해 15년 차 안팎의 헌법연구관 8명으로 사전심사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재판소원 요건을 충족한 사건을 골라내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각하한다.
헌재 관계자는 “각하를 검토할 때는 사건 기록을 전부 요구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경우 절차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법관 증원은 2028~2030년에 걸쳐 매년 4명씩 이뤄진다. 시행이 2년 남았지만 증원된 대법관들이 들어설 집무 공간이나 추가 인력 배치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25명이 전원합의체를 어떻게 운영할지, 하급심 약화를 어떻게 방지할지도 과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