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오래 묵은 사건 잇단 무혐의
검찰 ‘이성윤 특혜 조사 의혹’ 전 공수처장 불기소
경찰 ‘패스트트랙 소취소 청탁의혹’ 나경원 무혐의
공수처 ‘한명숙 사건 누설’ 임은정·한동수 무혐의
법무부 ‘부산돌려차기’ 피해자 국가배상 항소 포기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들이 오래 묵은 사건들을 잇따라 털어내고 있다.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신도욱 부장검사)는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특혜 조사 의혹’과 관련해 청탁금지법 위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된 김진욱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처장은 2021년 3월 7일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이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 청사에 소환하면서 제네시스 관용차를 제공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과 변호인을 한 시간 넘게 조사하고도 조서를 남기지 않았고, 수사보고서에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를 기록해놓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이에 시민단체 등이 검찰과 경찰에 김 전 처장 등을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 2022년 유사한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수사를 이어온 검찰은 고발 약 5년 만인 이날 혐의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최종 불기소 처분했다.
경찰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3일 나 의원의 청탁금지법 위반·공무집행 방해 혐의 고발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이 사건은 2024년 7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법무부장관 시절 나 의원으로부터 공소 취소 부탁을 받았다고 폭로하며 불거졌다. 나 의원은 개인적 차원의 부당 청탁이 아니라 반헌법적 기소를 바로잡아달라는 요구였다고 해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고발이 이어졌다.
경찰은 청탁금지법상 대가 없는 청탁을 형사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만큼 나 의원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청탁 행위 자체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 보고 국회의장에게 나 의원의 법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주식 차명거래 혐의를 받는 무소속 이춘석 의원을 검찰에 재송치했다. 앞서 검찰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의혹을 재수사하라고 돌려보냈지만, 경찰은 기존의 무혐의 판단을 그대로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이 의원의 차명거래 혐의(금융실명법 위반 등)는 인정되지만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동일 결론을 내리고 서울남부지검에 사건을 재송치했다.
경찰의 불송치 처분에 검찰은 한 차례만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의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은 사실상 무혐의로 종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관 명의 증권계좌로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을 불렀다. 그는 2021~2022년 국회 사무총장 시절부터 지난해까지 보좌관 명의로 12억원 규모의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수처는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과 관련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받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24일 두 사람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발 사건을 접수한 지 5년 만, 강제수사에 나선 지 2년 만에 내린 결론이다.
임 지검장은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있던 2021년 3월 한 전 부장과 공모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의 처리 경과와 내부 보고 내용 등 수사 상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공수처는 그러나 임 지검장이 게시한 글로 인해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항소를 포기했다. 법무부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사 미흡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1500만원의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