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유망한 비상장사 직접 키운다
금융위, 기존 종합운용사 42곳 즉시 인가 ‘간주’
오는 17일부터 자산운용사들이 일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비상장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시장이 열린다. 특히 기존 42개 종합자산운용사는 별도의 인가 절차 없이 즉시 사업권을 확보하게 되면서,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BDC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하위법규 개정을 완료하고 오는 17일부터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운용 주체의 외연 확대다. 증권·부동산 등 모든 유형의 공모펀드 운용이 가능한 기존 종합운용사(42개사)는 시행일 즉시 BDC 운용업 인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돼 빠른 상품 출시가 가능해졌다.
또한 전문 벤처캐피탈(VC)이나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도 BDC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인가 특례를 적용한다. 비록 공모 운용 경험이 없더라도 6년 이상의 업력과 3000억원 이상의 평균 수탁고를 갖춘 전문 기관이라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 BDC 운용사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비상장 투자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자산운용사의 책임은 한층 강화됐다. 운용사는 펀드 모집가액이 600억원 이하일 경우 모집액의 5%를 자기 자금(시딩 투자)으로 직접 채워야 한다. 600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의 추가 시딩 의무가 부과된다.
특히 운용사는 투자한 지분을 ‘5년’과 ‘만기의 절반’ 중 더 긴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는 운용사가 단순히 수수료 수익에 매몰되지 않고, 투자자와 수익 및 손실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 책임 있는 기업 성장을 지원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BDC는 자산총액의 60% 이상을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이나 코넥스, 시총 2000억원 이하의 코스닥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 방식은 주식 및 주식연계채권(CB·EB·BW) 매입뿐만 아니라 전체 투자금의 40% 한도 내에서 금전 대여(대출)도 허용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제 운용사는 단순히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유망 비상장 기업을 직접 발굴하고 대출과 채권 매입 등 입체적인 자금 공급 방안을 설계하는 투자은행(IB)적 역량이 중요해졌다”며 “특히 이번에 시행되는 정책형 공모펀드(국민성장펀드 등)와의 시너지를 통해 비상장 시장의 유동성 공급자로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4월까지 한국거래소의 시스템 정비를 완료하고, 이후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와 거래소 상장심사를 거쳐 본격적인 상품 출시를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국내 1호 BDC’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BDC 도입안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와 일반투자자 보호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 간 조화를 이루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며 “BDC 제도의 안착여부를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추가 제도개선 사항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