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 전횡에…서울 구청장 선거 ‘흔들’

2026-03-06 13:00:05 게재

국힘 소속 마포구청장 징계, 출마 불가

시당위원장 배현진 징계효력 중단 ‘복귀’

국민의힘 중앙당의 이른바 ‘징계 폭탄’에 서울 구청장 선거가 혼돈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중앙당의 전횡에 가까운 행보에 풀뿌리 민주주의 보루인 기초지자체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당 소속 박강수 현 서울 마포구청장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 징계가 번복되지 않으면 현역인 박 구청장은 오는 6월 선거에 국민의힘 간판으로는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박 구청장의 징계 사유는 당 윤리규칙 7조 ‘이해충돌 금지’ 규정이다. 윤리위는 결정문에서 “피징계인은 약 35억원 상당의 가족 소유 언론사 주식 8만주에 대한 백지신탁 처분 행정명령에 불복했으나 1~3심 모두 ‘공직자윤리법상 직무 관련성 인정’ 판결을 받으며 최종 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는 건 당 전체의 이미지 등에 대한 손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5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박강수 마포구청장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가 번복되지 않으면 박 구청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박 구청장이 소각장 건립 반대에 나선 시민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 마포구 제공

이날 국민의힘 서울 선거를 진두지휘할 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살아 돌아왔다. 법원이 배 의원이 신청한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배 의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의 인용 결정 후 배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당위원장 자리에 복귀할 것을 선언했고 공천작업과 당원자격 심사 등 선거 관련 현안을 본인 주도로 진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시장·구청장 선거 모두 안갯속 = 당 윤리위원회의 박 구청장 징계는 서울 자치구와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렀다. 법으로 판단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는 사안을 중앙당이 ‘이미지 실추’라는 명목으로 단칼에 내쳤다는 것이 충격의 핵심 배경이다. 더구나 박 구청장은 당 소속 현역 구청장이다. 주민 손으로 뽑힌 선출직 단체장을 윤리위원회 심사만으로 아예 출마 자체를 차단한 건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구청장 선거를 준비 중인 한 야당 후보는 “윤리위가 한동훈 김종혁에 이어 배현진 의원까지 단칼에 날릴 때도 상층부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며 “경선방식, 참여 자격 등을 논할 사이도 없이윤리위 징계로 현역 단체장을 날려 버리다니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일이 벌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야당 관계자는 “경선에 의한 컷오프가 아닌 윤리위 징계로 후보 자격 자체를 박탈하니 지역 당원들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며 “중앙당이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이런 식의 전횡을 행사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배 의원의 복귀는 서울 선거판이 더욱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배 의원이 강한 징계를 받았을 때 정치권의 주된 관측은 시당위원장인 배 의원의 '공천 권한을 빼앗으려는 시도라는 것'이었다. 시당위원장은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 의원은 이날 법원의 인용으로 시당위원장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렇다고 복귀한 시당위원장이 모든 권한을 전적으로 휘두를 수는 없다는데 사안의 복잡성이 있다. 중앙당 또는 장동혁 대표와 후보 선출 등 선거 대비 과정에서 끊임없는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야당의 서울 선거 대비를 더욱 혼돈에 빠져들게 하는 건 시장 후보다. 중도확장성 등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오세훈 시장의 공천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오 시장을 포함한 소장파들의 이른바 ‘절윤(윤석열 대통령 또는 그 세력과 관계를 단절하는 것)’ 요청을 묵살하고 있고 이런 장 대표를 가장 앞장서 비판하고 있는 이가 바로 오세훈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아무리 갈등이 심해도 대체 자원이 없기 때문에 결국 오 시장이 공천될 것”이란 주장과 “선거 승리를 위해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장 대표가 전혀 다른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서울 자치구 25곳 가운데 17곳의 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다만 2명이 중도에 낙마하면서 현재 서울의 여야 구청장 수는 민주 10명, 국힘 15명으로 바뀐 상태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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