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일반회사채 발행 14.6%↓…중동사태, 자금조달 시장 위축 우려
<전년 동월 대비>전년>
회사채 수급 여건 약화 … ‘연초 효과’ 둔화
올해 만기도래 규모 73조 … 차환 부담 커
미·이란 전쟁 장기화되면 시장 변동성 확대
기업들이 올해 1월 일반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 규모가 전년 동월 대비 14.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일반회사채 발행이 몰리는 ‘연초 효과’가 약해진 것이다. 올해 들어 회사채 수급 여건이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동사태가 터지면서 회사채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월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일반회사채 발행 규모는 7조1765억원으로 전월(2300억원) 대비 6조9465억원 증가했다. 지난해말 채권금리 상승으로 발행규모가 급감한 영향이다.
이 같은 흐름은 올초에도 이어졌고, 1월 발행규모는 전년 동월 8조4010억원 대비 1조2245억원(14.6%) 감소한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는 5일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2025년 하반기 이후 국고채 금리의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26년에도 회사채 수급 여건이 다소 약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연초 이후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채권시장은 이미 일정 수준의 부담 요인을 안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중동사태가 이미 수급 상황이 좋지 못한 회사채 시장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런 여건 하에서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며 거시경제 환경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채권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하이일드 및 저등급 채권을 중심으로 차별화 압력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1월 일반회사채 발행은 신용등급이 AA등급 이상 우량물이 93.6%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A등급은 4.5%, BBB등급 이하는 1.9%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AA등급 이상 비중이 80.5%, A등급 16.5%, BBB등급 이하 3% 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우량물 위주로 제한적 발행이 이뤄진 것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장은 “미-이란 간 무력 충돌이 현실화되면서, 향후 국채 금리 상승과 변동성 확대로 인해 크레딧 스프레드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채권 내 위험자산인 크레딧 채권에 수요 감소로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국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의 차이를 말한다. 기업의 위험성과 시장 불안이 커지면 금리 상승, 스프레드 확대,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김 팀장은 “3월은 주총과 결산으로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이 적고, 발행 또한 적은 비수기여서 부정적 여파가 크지 않겠지만, 미-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회사채 발행이 본격화되는 4월에는 발행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올해 만기도래 일반회사채 규모가 73조2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전년 대비 15.2%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차환 수요 중심의 회사채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중동사태라는 복병이 등장한 것이다.
올해 1월 차환용도 발행이 5조5010억원으로 76.7%를 차지했고, 운영용도는 18.9%, 시설용도는 4.5%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비우량 회사채로 평가되는 신용등급 A+ 이하 회사채 만기도래가 20.2% 늘어나 AA-등급 이상 회사채 증가율(13.6%)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개별 취약기업의 신용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금조달 위험을 정책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100조원 가운데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자금은 최대 37조6000억원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0조원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시장안정프로그램) 통해 주가를 직접적으로 떠받치는 것처럼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억지로 주식을 사거나 그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일부에서 말하는 증권시장안정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