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후보 등록 거부…초유의 사태

2026-03-09 13:00:06 게재

“노선 변경 없이 후보등록 의미 없어”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행보 고민

현역 서울시장이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서울 선거판 전체에 파장이 예상된다.

8일 오세훈 시장은 이날 6시로 마감된 국민의힘 후보 신청을 하지 않았다. 당에서 급히 시한을 연장해 오후 10시로 마감 시간을 변경했지만 끝내 오 시장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당 노선을 변경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 접수와 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당 노선 변화가 우선”이라고 밝히자 정치권에서는 배수의 진을 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오 시장뿐 아니다. 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나경원·신동욱 의원도 불출마 뜻을 밝혔다. 야당 서울시장 후보로 윤희숙 전 의원과 이상규 성북을 당협위원장만 남게 되면서 이른바 ‘한국 시리즈’ 방식을 도입해 경선 흥행을 일으켜 보겠다던 공관위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서울시가 개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관련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나경원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 제외, 국힘 후보 줄줄이 미등록 = 현역 시장이 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은 건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3선 제한 또는 대선 출마 등이 아니고서는 현역 시장이 도전하지 않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 시장의 결정에 친윤으로 불리던 당내 의원들까지 깊은 우려를 내보이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오 시장이 공천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우리당이) 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쪼그라 들 것이라는 비판이 결코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수도 서울에서 현직 시장이 소속 정당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대구·경북만 과열되고 그 외 지역에서는 후보조차 찾기 어려운 인물난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것은 민심이 우리 당에 보내는 분명한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

8일 수행비서도 물리치고 일체의 일정을 소화하지 않은 오 시장은 9일 오후 3시로 예정된 당의 긴급 의원총회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시장 후보 등록 등 이후 진로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오 시장의 불출마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후보 등록 기간 연장은 가능하더라도 장동혁 지도부가 오 시장 지적을 받아들여 당 노선의 전면적 수정을 채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오 시장의 요구는 후보 등록 기간 연장이 아니라 당 노선의 변화”라며 “당 노선 변화에 대한 언급 없이 등록 기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후보 접수를 할 리는 만무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가능성은 지도부가 당내 여론과 중진들 의견을 수용해 노선을 전격 선회하는 경우다. 현재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 등록에는 오 시장만 불참한 것이 아니다. 김태흠 현 충남지사도 불참을 선언했고 서울 다음으로 관심이 큰 경기지사 선거에도 고작 2명만이 지원했을 뿐이다.

노선 변경은 지방선거 위기론을 받아들여 최소한 ‘절윤’ 모양세를 갖추면서 오 시장 등 미등록 후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번 꺾인 경선 흥행 및 자당 후보의 본선 경쟁력 제고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나오는 모든 사람은 당선 가능성을 첫번째 지표로 삼을 수밖에 없다”며 “이길 가능성이 여전히 높지 않은 상황에서 노선 변경만으로 인물들이 몰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역으로 이 같은 상황이 장동혁 지도부의 집토끼 결집 전략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 입장에선 인물 구도 조직 등 모든 면에서 불리한 상황인데다 대통령 지지율마저 최고점을 찍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가 어려운 만큼 선거 패배 책임을 최소화하고 당권 사수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노선을 바꿔서 이길 수 있다면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기 때문에 당권 확보 및 연장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며 “이기지 못할 바에는 기존 강성 지지층을 지키고 이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여당은 경선을 확정지은 서울과 경기 수도권 주자들의 활발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내부 경선을 마치고 다음달 20일까지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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