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주담대 373조
3년 만에 비중 반등
당국, 만기연장 규제 강화
차규근 “규제 사각지대”
3년간 꾸준히 하락하던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지난해 반등했다. 규제 공백기를 틈타 1년 만에 36조원이 불어난 373조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와 금융당국에 고강도 대출 회수 정책카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차규근 의원(조국혁신당)이 9일 한국은행·국가데이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말 기준 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계의 대출 잔액은 약 373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37조원) 대비 36조원 증가했다.
전체 주담대(1170조7000억원) 중 다주택자 대출비중은 31.9%다. 2021년 34.2%에서 2022년 32.0%, 2023년 31.2%, 2024년 30.0%까지 3년 연속 내려오다 4년 만에 처음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반등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비롯됐다고 차 의원은 지적했다. 지난해 6·27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신규 주담대에 LTV 0%가 적용돼 신규 대출이 사실상 차단됐다. 하지만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은 별도 규제 없이 관행적으로 허용돼 왔다.
특히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다주택자 주담대 잔액은 2026년 1월 말 기준 36조4686억원으로, 2023년 1월(15조8565억원) 대비 3년 만에 2.3배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기존 다주택 대출 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대출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다”며 확실한 규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재정경제부와 금융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보유 다주택자의 주담대 만기 연장 시 LTV 0%를 동일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만기 도래 시 대출금을 전액 상환해야 하는 ‘강제 대출 회수’ 효과가 발생하는 초강수다.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이자상환비율(RTI) 재산정을 통해 심사 문턱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감원은 차주 유형·대출 구조·담보 유형·지역별로 다주택자 대출 현황을 분석하는 태스크포스(TF)를 이미 구성해 운영 중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이 규제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한편 부동산 가격 안정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며 방향성에 동의했다. 다만 “임차인 주거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보완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다주택자가 대출 상환 압박을 받아 전세 공급이 줄거나 전세가가 급등하는 ‘역풍’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규제 사정권은 다주택자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수도권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거주하지 않는 ‘비거주 1주택자’와 투기성 1주택자, 비주거용 임대사업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인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구조를 실거주자와 차등화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라 있다.
차규근 의원은 “전체 주담대의 3분의 1이 다주택자 대출인 상황에서 이 부문에 대한 관리 없이는 가계부채 안정화가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강력한 대출규제를 통해 부동산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최대인 1978조8000억원의 가계빚 중 주담대가 1170조7000억원(59%)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다주택자 대출 옥죄기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