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증시 전망
중동전 향방과 국제유가·물가 지표에 주목
지난주 유가 35.6% 급등 … 1983년 이후 최대 상승 폭
장기전 가능성 높아지며 인플레이션 경계감 더욱 커져
이번 주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향방과 이에 따른 국제유가의 흐름에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차기 최고지도자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한 뒤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응, 추가 공습 여부, 호르무즈 해협 변화가 주요 관심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발표되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CPI)와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에 대한 주목도는 더 높아졌다.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의 충격이 에너지 분야에서 주요 산업과 금융까지 확장될 우려가 더욱 확대됐다.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150달러 갈수도” = 9일 국제유가가 결국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이날 오전 7시 26분 기준 전장 대비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한때 111.24달러까지 올랐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같은 시각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한때 배럴당 111.04달러까지 고점을 높였다.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가 이달 말엔 배럴당 150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원유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의 원유 감산 소식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의 무조건적인 항복 없이는 합의는 없을 것”이라는 언급 속 전쟁 장기화 가능성 증가가 국제유가 상승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지난주 주간 기준 국제유가(WTI 기준)는 35.6% 급등하면서 역대 선물거래 사상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카타르의 사드 알카비 에너지부 장관이 경고한 것처럼 2~3주 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뉴욕 증시도 하락세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울프리서치의 스테파니 로스 전략가는 이번 이란 갈등의 가장 큰 리스크는 에너지라며 “유가가 20달러 상승할 때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 타격받고 전품목 인플레이션은 0.4%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2의 러-우 전쟁 될까 =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중동지역 전쟁 장기화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제2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장기화될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러-우 전쟁은 조기에 전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장기화되면서 고유가가 현실화됐다. 그리고 고유가 장기화가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를 통해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사이클로 이어지면서 미국 등 주요국 경기가 침체 직전까지 내몰린 바 있다. 이번 전쟁 또한 장기화 수순을 밟게 된다면 고유가 현상 장기화는 불가피하며 이는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를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중동발 고유가 현상은 아시아지역, 특히 한국을 위시해 중국, 일본 및 대만 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
현재 시장은 유가 급등 →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 재점화 → 연준 금리 인하 지연, 국채금리 상승 시나리오의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동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상 호르무즈 해협 봉쇄 속 유가 급등 부담은 국내 증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68.8%에 달한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4.5~5%로 하향할 정도로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이란발 고유가 현상 장기화 시에는 중국 경제의 성장률 추가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며 “이는 글로벌경제에도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해 미국 경제도 침체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 중요해져 = 유가 급등 중 이번 주 발표되는 주요 인플레이션 지표는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다음 주 18일(현지시간)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준위원들이 묵언 기간에 진입함에 따라 이번 주 발표될 CPI 지표에 대한 시장 민감도는 한층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11일 발표되는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와 13일 나오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과거 데이터다.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지표들은 향후 추세의 방향을 드러내고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1월과 2월 물가 지표에서 예상을 웃도는 ‘쇼크’가 확인되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2월 전품목 CPI의 예상치는 전월보다 0.2% 상승, 2.5% 내외로 소폭 상승이 예상된다. 근원 CPI는 전월 0.2%, 2.5%으로 소폭 둔화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올해 2분기에는 지난해 낮은 물가 수준에 따른 기저효과가 비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지역 전쟁 및 유가 급등 등으로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가 완화될 수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증시 패닉 가운데 AI 기업 실적 발표 주목 =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주 예정된 오라클(11일), 어도비(13일) 등 AI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의 실적도 주시해야할 이벤트다.
특히, 오라클은 지난 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시장 예상치 대비 부진한 매출을 기록하며 주가 급락세를 연출한 바 있다. 최근 AI 기술주 투자 비중이 높은 일부 사모펀드의 환매 제한 이슈 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오라클 실적은 AI 부채 건전성, 비용 우려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클라우드 부문 매출 성장률, RPO(수주잔고) 규모, Capex 가이던스, 컨퍼런스콜에서의 AI프로젝트 진행 과정 및 경영진의 재무 리스크 발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10일 삼성액티브, 타임폴리오 등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코스닥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환율 장 초반 1490원대로 급등…금융위기 후 최고=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490원대로 출발해 장중 금융위기 후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30분 현재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18.1원 오른 1494.5원이다. 환율은 16.6원 오른 1,493.0원으로 출발해 1,49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날 환율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2일(고가 1500.0원) 이후 가장 높다.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좀처럼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치솟으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커졌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결국 100달러대로 올라서면서 위험회피 심리와 강달러 분위기가 고조됐다”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탈 가속화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6.9bp(1bp=0.01%p) 오른 연 3.391%를 기록 중이다. 장 초반 3.4%를 넘겼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장 초반 7%대 폭락하며 52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도 급락하며 1100선이 붕괴됐다.
이날 전거래일 대비 319.50포인트(5.72%) 떨어진 5265.37로 장을 시작한 코스피는 오전 9시 30분 현재 387.86포인트(6.94%) 하락한 5197.01에서 거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63.05포인트(5.46%) 떨어진 1091.62에서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1조원대 대규모 매도세가 증시를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