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 과징금 14억원 확정

2026-03-09 13:00:40 게재

‘계열사 부당지원’ 3개중 1개만 인정

2·3심, 이랜드월드도 동일한 과징금

이랜드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이 지주사 역할을 하는 ‘이랜드월드’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이유로 부과받았던 40억원대 과징금에 대해 대법원이 14억원 상당만 최종 확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기한 3가지 혐의 중 2가지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거나 부당 지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1월 29일 이랜드리테일·이랜드월드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과징금 중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는 각 14억3500만원이 확정됐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2년 4월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월드에 변칙적인 방식으로 자금과 인력을 지원했다며 이랜드리테일에 20억6000만원, 이랜드월드에 20억1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랜드월드가 2010년 이후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면서 외부 자금 조달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되자, 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이 부당 지원에 동원됐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2016년 12월 이랜드월드 소유 부동산 2곳을 총 67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서 560억원을 지급하고 6개월 뒤 계약을 해지해 계약금을 돌려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랜드월드는 56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181일 동안 무상으로 빌리고, 해당 기간의 이자 비용인 13억7000만원의 금전 이익도 얻은 셈이 됐다.

공정위는 2014년 이랜드리테일이 의류 브랜드 ‘스파오(SPAO)’를 이랜드월드에 양도하면서 자산 양도대금 511억원을 3년 가까이 분할 상환하도록 하고 지연이자를 받지 않은 것도 부당 지원으로 판단했다.

이 밖에 이랜드리테일이 2013년 11월~2016년 3월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겸직한 김연배씨의 이랜드월드 인건비 1억8500만원을 대신 내 부당 지원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이랜드측은 부당 지원 의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공정거래 행정사건은 공정위 심결에 대해 서울고법이 판단하고 대법원으로 넘어가는 2심제 구조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일부 감액한 두 회사에 각각 14억3500만원의 과징금만 부과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동산 인수 계약으로 이랜드월드가 제공받은 경제상 이익이 전혀 없어 지원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건비 지급 행위의 경우 재판부는 “이랜드월드가 비록 지속적인 현금 유동성 위기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표이사의 급여는 부담할 수 있는 재정적인 자력은 있었다고 보인다”며 “이랜드월드에 대한 지원금액 합계 약 1억8500만원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자산 양수도계약 관련해선 이랜드월드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얻었다고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자산 양도의 기준일은 2014년 7월인데 이랜드리테일은 3년에 걸쳐 자산의 양도대금을 회수했다”며 “양도대금의 지급이 완료되기도 전에 이랜드월드에 자산을 양도한 것이므로 이는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에 비추어 보더라도 극히 이례적”이라 판시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며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자산 양수도계약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랜드월드를 지원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3년간 지연이자를 면제해 준 행위는 시장의 공정 거래를 저해했다는 2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나머지 쟁점인 부동산 매매계약과 대표이사 급여 대납 행위는 이랜드월드에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이 유입되지 않았거나, 증명 책임을 지고 있는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증명이 어렵다며 원심을 수긍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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