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비스트제약, 영일제약에 21억 손해배상”
법원 “탈모약 위탁생산 계약, 3개월만 파기해 손해 끼쳐”
탈모치료제 복제약 생산을 위탁한 휴비스트제약이 수탁 제조사인 영일제약에 21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휴비스트측이 계약 체결 약 3개월 만에 제조사를 다른 업체로 변경한 것이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3부(최종진 부장판사)는 지난달 5일 영일제약이 휴비스트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약 2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탈모치료제 성분을 이용한 복제약 제조와 관련한 위탁생산 계약 분쟁에서 비롯됐다. 휴비스트측은 해당 의약품의 품목허가권을 양수한 뒤 2024년 2월 영일제약과 정당 120원에 제품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3년간 제조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영일제약이 해당 의약품의 제조를 맡고 별도의 판매사가 이를 유통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계약 체결 약 3개월 뒤 휴비스트제약은 영일제약이 제품 공급단가를 판매사에 누설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휴비스트제약은 다른 제약사와 제조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영일제약은 “피고가 계약 체결 이전부터 다른 제조업체와 계약을 추진하면서도 이를 숨긴 채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며 계약 파기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휴비스트제약은 “공급단가가 외부에 알려져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가 위반됐기 때문에 계약 해지는 정당하다”고 맞섰다.
법원은 피고의 계약 해지 사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제품의 공급단가가 원고와 피고, 판매사 사이의 협의 과정에서 형성된 정보라는 점을 들어 이를 비밀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공급단가가 제3자에게 전달됐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피고측은 “원고측과의 계약서에 독점 공급 조항 없다”며 제조소 변경이 정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약품 제조 구조상 동일 제품의 제조소가 사실상 하나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영일제약이 해당 제품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피고측이 계약 기간 중 다른 업체로 제조소를 변경한 행위는 계약상 의무를 더 이상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서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편 영일제약이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약 53억7500만원이다. 하지만 법원은 영일제약이 다른 의약품 생산을 통해 설비를 활용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들어 21억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영일제약과 휴비스트제약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