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생산적 금융 안돼, 단순 지원 아닌 수익내야”…손실은 면책 부여

2026-03-10 13:00:01 게재

금융회사들 ‘생산적 금융 실적’ 핵심성과지표에 반영

5대 은행 기업대출 6.8조↑ … 국민성장펀드 ‘면책’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추진한 이후 주요 은행들의 기업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단지 대출 규모만 늘리는 실적에 집중하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업체를 발굴해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이후 수익으로 이어지는 ‘생산적 금융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주문하고 나섰다.

금융회사들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핵심성과지표(KPI)에 이를 반영하고 있지만 현장 직원들의 실무적인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면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9일 3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 생산적 금융 추진 계획과 실적을 논의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향후 시장의 관심은 생산적 금융 전환과정에서 ‘어떤 금융사가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인지’가 될 것”이라며 “단순한 지원규모 수치보다는 유망한 산업·기업·지역을 선점해 발굴하고 지원한 실적이 수익으로 이어지고 그를 통해 주주로부터 금융사·경영진의 경쟁력을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늬만 생산적 금융이 되지 않아야 한다”며 금융회사들의 실질적 변화를 당부했다.

◆“손실에 대한 과감한 면책과 인사상 불이익 제거” = 올해 2월말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78조2000억원으로 전월대비 6조8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 잔액은 690조3000억원으로 1조2000억원 감소했다.

권 부위원장은 “조직·인력 개편이나 KPI 개선시 실제 현장 직원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관점에서 검토하고, 산업경쟁력을 분석하는 조직이나 전문 인력의 판단이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금융사별로 생산적 금융 손실에 대한 과감한 면책이나 인사 불이익 제거를 검토하고, 정부 차원의 면책이 필요한 경우 구체적으로 건의해 달라”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의 경우 참여 금융회사에 대해 고의·중과실 등을 제외하고 손실에 대한 기관·임직원의 제재 면책을 결정했다. 지난 6일 금융위는 면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면책 부여를 의결했다.

국민성장펀드가 직접 투자하는 건에 함께 참여하거나, 정책성펀드에 기관투자자(LP)로 참여하는 경우, 인프라 투·융자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초저리대출시 공동대출로 참여하는 경우 금융기관의 출자·융자 업무에 대해서는 손실에 대해 금융업 관련법 및 관계법령에 의한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뿐만 아니라 생산적 금융 확대와 관련된 금융회사의 자금 공급 결정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지원 강조 =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자금 공급이 단순히 대출 확대를 통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지역투자는 생태계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지도록 동참해 주길 바란다”며 “지역은 열정과 훌륭한 산업이 있지만 지리적 한계에 따라 수도권 소재 금융회사와 지역소재 기업간의 ‘정보 갭(Gap)’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잠재력 있는 기업이 있더라도 금융접근성이 떨어지고, 학계·산업 네트워킹 부족, 인재부족 등의 문제가 있다면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대출 확대를 통해 ‘돈을 더 넣는다’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장기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금융기관 간 벤처보육시설 연계 강화 등을 통한 지원기회 확대, 지방의 주력산업 및 5극 3특 전략에 맞는 구체적인 금융지원전략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 앞다퉈 전담조직 설치, KPI 변경 = 이날 금융회사들은 생산적 금융 추진계획과 실적을 발표했다. 대부분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KPI에 생산적 금융 지원 실적을 반영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월말 기준 생산적 금융에 3조1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연간 목표의 18.6%를 조기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대출 확대뿐만 아니라 투자 확대를 위해 그룹 공동으로 5000억원 규모의 에너지·인프라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BNK금융지주는 지역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부울경 미래성장전략산업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모험자본을 1조6000억원 이상 투자해 모험자본 비율을 19%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증권업체 최초로 2000억원 규모의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업권에서는 삼성생명이 생산적 금융 관련 자체 펀드 설정을 추진하고, 메리츠화재는 5년간 1조6000억원을 포함해 그룹 전체가 6조원 규모의 자금을 국민성장펀드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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