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2026년 일본 춘투와 노사관계

2026-03-10 13:00:01 게재

일본에서는 매년 봄에 노사가 임금인상 등을 중심으로 일제히 교섭을 진행하는데 이것을 춘투(春闘)라고 한다. 춘투는 기업별 노동조합이 산업별로 뭉쳐 산업별 연맹을 만들고, 산별연맹이 임금인상 요구 수준, 교섭일정, 타결허용 수준 등을 정해 당해 산업의 임금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운동이다. 개별 기업의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시키려고 한다. 그 때문에 같은 산업 내 기업별 임금격차는 크지 않다.

그러나 1990년대 초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춘투는 그 기능을 많이 상실했다. 불황으로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아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했고, 또한 기업 간 실적이 크게 차이가 나서 산업별로 같은 임금인상 요구를 하더라도 회답은 기업별로 각기 달랐다. 더 나아가 2000년대 초 IT버블이 붕괴했는데 그 영향은 각 산업이나 기업별로 달랐다.

고용중심으로 바뀐 춘투

당시 경단련 회장은 도요타 출신인 오쿠다였는데, 그는 ‘해고하는 경영자는 할복해야 한다’고 말할 만큼 고용을 가장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해 도요타는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었지만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1000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도요타가 임금인상을 하면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도 노조 요구에 밀려 임금인상을 하게 돼 결국 고용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계기로 일본 전체적으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2년부터 2~3년간은 주요 노조가 임금인상 요구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춘투는 노사가 서로 싸우는 분위기에서 서로 토론하는 자리로 바뀌게 된다. 춘투의 명칭도 춘토(春討)로 바꾸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춘토는 봄에 노사가 함께 토론하는 장이라는 의미다.

필자는 일본의 노사로부터 강연 요청을 자주 받는 편이다. 올해 춘투를 앞두고 2곳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는데 세라믹 산업의 노사 세미나와 제조업 중소기업 산별 연맹(JAM)의 시즈오카 지역 노사 세미나였다. 전자의 주제는 외국인 노동자 정책이었고, 후자는 책임 있는 공급망이었다. 노사가 같은 주제로 강연 내용을 공유해 앞으로의 기업경영과 임금인상 등에 관해 신뢰를 갖고 검토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본 노사는 기업, 산업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에서도 춘투 때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 올해는 노동조합 최대 전국 조직인 렝고와 최대 경영자단체인 경단련이 1월 27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경단련은 “기본임금 인상을 임금교섭의 기준으로 삼고 이를 회원사에게 적극 요청하겠다”며 “실질임금이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에 렝고는 “높은 물가가 지속돼 더욱 생활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3년 연속 5% 이상의 임금인상을 실현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이번 춘투의 임금인상률 목표를 지난해와 같이 5% 이상으로 하고, 실질임금을 1% 상승 궤도에 올려놓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립에서 토론으로 공감대 넓혀

렝고와 경단련은 춘투를 앞두고 각각 춘투 방침을 문서로 낸다. 렝고가 내는‘렝고백서’ 부제는 매년 바뀌는데 올해는 ‘집착하자 생활 향상, 넓히자 동료의 띠를’이다. 경단련은 ‘경영노동정책특별위원회’ 보고인데 부제로 ‘임금인상의 역동성을 더욱 정착시키자’였다. 경단련이 렝고보다 더욱 임금인상에 적극적인 부제를 달고 있다.

일본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는 찬반이 있으나 전국 산업 기업 수준에서 노사가 같은 주제로 함께 강연을 듣고 토론하고 공유함으로써 춘투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상호신뢰를 쌓아가는 것은 좋게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모습이 일상화되길 기대한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