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 기반 암치료 선도

"전기장 이용 암치료, 새로운 패러다임 될 것"

2026-03-10 13:00:01 게재

암세포 분열 억제, 화상 최소화 효과 높아 … “혁신의료기기 시장 진입 지원 강화해야”

암 치료는 오랫동안 수술·항암제·방사선 치료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물리학적 원리를 활용한 새로운 치료 접근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장을 이용해 암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치료 기술이다. 전기장을 종양 부위에 가하면 세포 분열 과정이 방해받아 암 증식이 억제된다는 원리다. 이미 해외에서는 전기장 기반 치료기술이 일부 암종에서 임상적 성과를 보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받은 사례가 있다. 전기장 암 치료 기술의 시장 잠재력도 크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기업 노보큐어(Novocure)가 대표적인 전기장 치료기 업체다. 이 회사는 뇌종양 치료 장비를 통해 뇌종양 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도 연 매출 약 1조원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췌장암이나 폐암 등 환자 규모가 큰 암종으로 확대되면 시장은 훨씬 커질 수 있다. 다만 기존 기술은 전기장 전달 효율과 치료시간, 비용 등의 한계가 지적돼 왔다. 국내에서도 전기장 기반 암 치료기술을 정밀화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기장 분포를 환자 맞춤형으로 계산하고 다채널 전극을 통해 종양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전기장 치료 플랫폼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필드큐어(FieldCure. 2017년 설립)는 이러한 접근을 대표하는 국내 기업이다. 윤명근 필드큐어 대표는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에서 교수로 근무하면서 지난 15년여간 항암 전자약 치료 관련 신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국립암센터 의학물리학자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장 기반 암 치료기술의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본지는 4일 서울 성북구 필드큐어 본사에서 윤 대표를 만나 전기장 암 치료 기술의 원리와 기술 경쟁력, 글로벌 시장 가능성, 그리고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해결해야 할 제도적 과제 등을 들어봤다.

전기장을 이용해 암세포의 분열을 억제하는 치료 기술이 차세대 암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항암치료가 약물과 방사선 중심이었다면 전기장 치료는 물리학적 원리를 활용해 종양 성장 자체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윤명근 필드큐어 대표는 이러한 기술이 향후 정밀 암 치료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 대표는 “전기장이 강할수록 암세포 분열 억제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다”며 “문제는 종양에 충분한 전기장을 전달하면서도 기존 제품에 나타나는 피부 화상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초과학, 산업, 암치료 연구 경험이 결합 = “물리학으로 암 치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느낀 순간이 창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윤명근 필드큐어 대표는 전기장 기반 암 치료기술을 개발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윤 대표는 물리학 박사 출신 연구자로 삼성전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립암센터 등에서 연구 경험을 쌓았다. 특히 국립암센터에서 의학물리학자로 근무하며 방사선 치료 연구에 참여한 경험이 현재 기술 개발의 기반이 됐다.

윤 대표는 2012년 한 TED 강연을 통해 전기장이 암세포 분열을 억제할 수 있다는 개념을 접했다. 이를 계기로 전기장 기반 치료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당시 해외에서는 전기장 치료가 뇌종양 분야에서 임상적 성과를 보이며 미국 FDA 승인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전기장 치료는 단순한 연구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 환자 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기초과학 연구와 산업 경험, 암 치료 연구 경험이 결합되면서 전기장 기반 치료 플랫폼을 개발해야겠다는 목표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물리학 연구자 출신인 윤명근 필드큐어 대표는 국립암센터 의학물리학자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장 기반 암 치료기술의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AI 치료계획과 전기장 제어 결합한 정밀 치료 플랫폼 = 필드큐어가 개발 중인 기술은 단일 장비가 아니라 치료계획 소프트웨어와 전기장 치료장비가 결합된 통합 플랫폼이다.

대표 제품으로는 AI 기반 치료계획 소프트웨어 ‘온코필드(OncoField)’, 전기장 치료 시스템 ‘아이멧(iMET)’, 고주파 온열암 치료기 ‘딥필드(DeepField)’ 등이 있다.

온코필드는 CT·MRI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체내 전기장 분포를 3차원으로 계산하고 종양에 가장 효과적인 전극 배치와 출력 조건을 도출하는 AI 치료계획 시스템이다. 기존 전기장 치료가 정량적 계산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온코필드는 시뮬레이션과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아이멧(iMET)은 64채널 전극을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전기장 치료기다. 윤 대표는 “다방향 전기장을 생성해 종양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기존 장비 대비 치료 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2026~2027년 췌장암 대상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딥필드-A460은 고주파 온열 치료 기술을 적용한 장비로 심부 고형암에 열을 보다 균일하게 전달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기존 온열 치료가 화상 발생 한계가 있었다면 딥필드는 종양 부위에 치료 유효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필드큐어의 기술은 단순한 자극 장비가 아니라 AI 기반 치료계획과 하드웨어를 결합한 ‘정밀 전기치료 플랫폼’이라는 점이 핵심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치료시간 단축·비용 절감으로 경쟁력 확보” = 윤 대표는 전기장 치료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으로 정밀성과 효율성을 꼽았다.

필드큐어의 기술은 64채널 전극 제어와 AI 기반 치료계획을 통해 종양에 집중된 전기장을 형성하면서 정상 조직 노출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노보큐어의 장비보다 더 강한 전기장을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치료 프로토콜을 고강도·단시간 방식으로 설계해 △처방 전기장이 심부 종양까지 도달 가능하고 △기존 대비 2~3배 강한 유효 전기장 형성 △하루 치료시간을 2~4시간 정도로 약 80~90% 단축할 수 있다. 치료만으로 효능 확보 비용 역시 경쟁 기술 대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전략은 단계적 확장 방식이다. 윤 대표는 “우선 국내 허가와 임상 근거 확보를 통해 상용화 참고자료를 만들고 이후 아시아·유럽·미국 순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싱가포르를 주요 타깃 시장으로 설정했다. 중국은 현지 합작회사(JV) 설립이나 판권 계약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싱가포르는 의료 허브 역할을 활용한 확산 거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CE-MDR 인증 확보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고 미국은 IDE 기반 임상시험을 통해 단계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특허 기반 플랫폼 전략…“전자약 시장 성장 기대” = 필드큐어는 전기장 암 치료 전 과정에 대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25건 이상의 특허를 확보했으며 △치료계획 알고리즘 △전극 제어 △고주파 발생기 및 안전 제어 등 핵심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

윤 대표는 향후 연구개발 전략을 ‘정밀화, 적응증 확대, 플랫폼 확장’ 세 단계로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췌장암 중심의 임상 근거를 확보하고 중기적으로 폐암과 간암 등 다양한 고형암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장 기반 전자약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전기장 치료는 특정 암종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다양한 고형암에 확장 가능한 플랫폼 기술”이라며 “향후 항암 전자약 시장 규모가 약 2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혁신의료기기제도, 임상 지원 확대 필요” = 윤 대표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 임상 지원, 신속 허가제도가 실효성 있게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암 치료기기 분야에서는 임상시험 비용과 기간이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탐색임상과 확증임상을 모두 수행해야 하며 비용은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혁신 의료기기의 경우 공공성이 높은 만큼 정부 차원의 대형 임상 지원 프로그램과 매칭 펀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조건부 허가 등 유연한 인허가 제도와 국가 주도의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드큐어의 전기장 치료기 ‘아이멧(iMET)’은 지난해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윤 대표는 “기술의 독창성과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혁신의료기기 지정이 실제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임상비 지원과 조기 인허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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