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 덕에 오른 중국 물가…‘디플레 우려’ 여전

2026-03-10 13:00:04 게재

2월 CPI 1.3% 상승, 전망치 상회

내수 부진·공급 과잉 등 난제 여전

“추가 부양 없으면 재하락 가능성”

중국 소비자 물가가 춘절 연휴라는 강력한 계절적 모멘텀에 힘입어 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을 ‘완연한 회복’으로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내수 부진과 공급 과잉의 구조 속에 정부의 추가 부양책이 없으면 다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 자료를 인용해 올해 1~2월 합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8%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중국은 춘절 연휴 시점 차이로 인한 통계 왜곡을 막기 위해 1, 2월 수치를 통합해 발표한다. 지난해 춘절은 1월이었으나 올해는 2월에 있었다.

2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하며 약 3년 만에 가장 가파른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 데이터 제공업체 윈드(Wind)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0.9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둥리쥔 국가통계국 수석통계관은 “춘제 연휴 기간이 길어지면서 소비 수요가 집중되고 서비스 가격이 계절적 기준보다 높게 형성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2월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1.3%를 기록했다. 소비재 가격은 0.7%, 서비스 가격은 0.8%, 식품 가격은 0.5% 상승했다.

지표상 회복세가 나타났지만 시장 평가는 유보적이다. 이번 상승이 자생적인 소비 심리 회복보다는 ‘명절 특수’와 중동 긴장 고조로 인한 유가 상승 등 일시적 요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장즈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명절 효과가 끝난 뒤에도 이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불분명하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황쯔춘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분쟁이 당분간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중국 정부가 추가 정책 지원을 내놓지 않는다면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재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제시된 내수 부양책에 대해 황 이코노미스트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 물가 상승세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수석 역시 비슷한 우려를 표하며 만약 중동 사태가 악화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고물가) 위험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쳐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수년간 낮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려 왔으며 부진한 내수 수요와 지속적인 공급 과잉이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5년 내내 정체 상태를 유지했으나 12월 0.8% 상승하며 진전 조짐을 보였다.

산업 현장의 온도를 나타내는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는 미미하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2월 PPI는 전년 동기 대비 0.9% 하락하며 4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전월-1.4%에 비해 낙폭을 크게 줄였다. 전월 대비로는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공장도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는 산업계의 과도한 ‘제 살 깎기 식’ 가격 경쟁을 억제하려는 당국의 노력이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철강 산업의 과잉 생산을 억제하고, 가전·자동차 등 대규모 소비재의 교환(이구환신) 프로그램을 연장하는 등 공급과 수요 양측에서 가격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변화하는 경제 구조를 반영하기 위해 CPI 산정 방식을 재조정했다. 과거 ‘의식주’ 중심에서 서비스 및 신흥 소비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 핵심이다. 통계국은 지난달 발표한 새 체계에서 CPI 바구니 내 식품 비중을 17.2%, 주택 비중을 22.1%로 낮추고 교통통신은 14.3%, 교육문화오락은 11.4%, 의료보건은 8.9%로 높였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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