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위기에도 머니무브 계속된다

2026-03-10 13:00:02 게재

예·적금→증시

자금 이동 가속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머니무브) 현상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증시 부양 의지와 기업 실적 개선이 맞물리며, 은행 예금 등에 묶여있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양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29조95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1일(87조 8291억원)과 비교해 불과 두 달여 만에 약 47.96% 급증한 수치다. 지난 1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 고지를 넘어선 이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식을 사기 위해 빚을 내는 ‘빚투’ 규모도 역대급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6일 33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37.4% 급등하며 지난달 25일 이른바 ‘육천피(코스피 6000선)’ 시대를 열자, 상승장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포모(FOMO)’ 심리가 투자자들을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지난달 24일 기준 1억180만개를 돌파하며 전 국민 주식 투자 시대가 본격화됐음을 증명했다.

시중 자금의 탈 은행 현상도 뚜렷하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944조102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불과 며칠 만에 2조7872억원이 급감했다. 언제든 인출 가능한 요구불예금에서도 같은 기간 약 8.6조원이 빠져나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금 손실 리스크를 꺼리던 보수적 투자자들조차 최근 국내 증시의 높은 수익률과 정부의 자본시장 정상화 의지를 확인하며 주식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증시로의 머니무브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의 증시 부양 입법 역시 머니무브를 뒷받침하는 핵심 축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년 이상 1배 미만인 상장사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고의적인 주가 하락을 방지하고 저평가 기업들의 밸류업 요인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가치주 중심의 자금 유입을 가속화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금 유입이 단기적인 유행을 넘어 ‘구조적 체질 개선’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약 918조원 규모의 연금 자산과 48조원에 달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자금이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기업 실적 개선이 맞물리면서 금융·지주 등 밸류업 종목은 물론 반도체와 산업재 전반으로 투자 외연이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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