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하청업체 기술유용 의혹’ LG화학 현장조사
첨단소재사업본부 집중 조사
2015년에도 같은 혐의 제재
공정거래위원회가 LG화학을 전격 현장조사했다. 하청업체의 기술자료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핵심 조사 대상은 배터리 양극재와 반도체 소재를 총괄하는 첨단소재사업본부로 알려졌다. LG화학이 같은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것은 11년 만이다.
◆공정위, 여의도 본사 전격조사 =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조사관들이 전날 오전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에 투입됐다. 조사 목적은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여부 확인이다.
공정위는 LG화학이 수급사업자(하청업체)의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관리하는 과정에서 법을 어겼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관들은 관련 증거 자료 확보에 나섰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건에 관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LG화학 내 두 곳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첨단소재사업본부와 차세대소재 관련 부서다. 첨단소재사업본부는 LG화학의 핵심 고부가가치 사업 조직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양극재 연구개발과 생산을 총괄한다. 반도체 소재도 이 본부 소관이다.
LG화학의 2026년 매출 목표는 23조원이다. 첨단소재사업본부가 그 성장의 핵심 축이다.
공정위는 LG화학이 수급사업자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자사 제품 개발에 무단으로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도급법, 무엇을 금지하나 = 하도급법은 원사업자의 기술자료 요구를 엄격히 제한한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없다. 요구하려면 목적과 권리 관계, 대가 등을 미리 협의해야 한다. 그 내용을 적은 문서를 수급사업자에게 줘야 한다.
자료를 받았더라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법은 받은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부당하게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는 기술 탈취 단속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지난해 12월 17일부터는 ‘수급사업자 금지청구권’이 시행됐다. 하청업체가 공정위의 처분을 기다리지 않고 법원에 직접 원사업자의 불법 행위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중소기업 피해 구제 속도가 빨라지게 됐다.
한편 LG화학은 2015년 5월에도 공정위로부터 같은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당시 LG화학은 2013년 3월부터 10월까지 납품 협력업체에 배터리라벨 제조 관련 기술자료를 전화와 이메일로 23차례 요구했다.
처음에는 중국 내 공장 입주 조건을 내걸고 라벨 제조 원가와 원재료 정보를 요구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이번에는 라벨 제조 방법 등 구체적 기술자료를 요구했다. 협력업체는 결국 자료를 넘겼다. LG화학은 이를 활용해 2013년 9월 자체 생산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끊었다. 당시 피해업체는 연 매출 5300만원짜리 중소기업이었다. LG화학의 연 매출 20조원과 비교하면 400배 가까운 격차다. 이 업체는 결국 해당 사업을 접었다.
공정위는 과징금 50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시정명령도 함께 내렸다. 2010년 기술유용 제도 도입 이후 대기업이 이 조항으로 적발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공정위는 현장에서 확보한 자료를 정밀 분석해 하도급법 위반 여부를 가린다. 법 위반이 확인되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사안이 중하면 검찰 고발도 할 수 있다.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하도급 대금 규모에 따라 산정된다. 배터리 양극재나 반도체 소재처럼 고부가가치 분야라면 2015년 5000만원 수준을 훨씬 웃도는 제재가 예상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금지청구권을 통해 피해 협력업체가 법원에 직접 구제를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