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리콜배터리 숨기고 전기차 3천대 팔아
공정위, 과징금 112억·본사도 검찰고발
고급자동차의 대표격인 벤츠가 리콜 배터리를 탑재한 사실을 속이고 차량을 판매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가 전기차 EQE·EQS 일부 모델에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 셀을 탑재하고도 이를 숨긴 채 세계 1위 업체인 CATL제품이 탑재된 것처럼 판매 지침을 만들어 딜러사에 배포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2억 3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두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파라시스는 벤츠 EQ 출시 직전인 2021년 3월 중국에서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을 당한 이력이 있다. 그럼에도 벤츠는 파라시스란 단어를 쏙 빼고 ‘CATL의 우수성’만 홍보하도록 딜러사를 교육했다. 딜러사들은 해당 사실을 모른 채 고객에게 CATL 탑재 차량이라고 안내했다.
위반 기간인 2023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차량은 약 3000대, 판매액은 약 281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화재 사고 이후 해당 차량 배터리가 파라시스 제품임이 드러나면서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에는 소비자 민원이 90건 이상 접수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 은폐를 제재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적용한 법 조항은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4호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다. 자신의 상품을 실제보다 현저히 우량한 것으로 소비자를 오인시켜 경쟁사업자 고객을 빼앗은 행위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 기준 최대 부과율인 4%를 적용했다. 관련 매출 2810억원의 4%는 약 112억원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전기차 배터리 셀 정보를 은폐·누락한 중대 사안”이라며 최고기준율 적용 이유를 밝혔다.
피해 차주들은 이번 제재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벤츠코리아는 “공정위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