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민주당 지방선거 공천 변천사

상향식 공천 도입후 20년…‘조직력 정치’ 위력 그대로

2026-03-11 13:00:03 게재

‘새정치’ 기치 무공천 추진했다 당 분열

지도부 개입 줄였으나 제도 위협 여전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공천을 위한 경선일정에 돌입했다. 경선 지역에는 국민참여경선을 원칙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 후보자를 압축하는 예비경선은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 투표로 실시한다. 국민참여경선으로 실시되는 본경선·결선투표에는 권리당원 투표(50%)와 국민선거인단 투표(50%)를 합산해 반영한다. 국민선거인단은 민주당 지지층+무당층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활용해 1000~3000명의 유권자를 선정해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권리당원 1인 1표제 제도화 후 전국단위 선거에서 처음 적용하는 ‘상향식 공천’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역대 민주당의 공천은 밀실→ 체육관→ 광장→ 여론조사→ 전자투표 등의 경로를 거치면서 변화해 왔다. 당 총재나 지도부의 ‘낙하산식 내리꽂기’에서 개방형 선출을 거쳐 당원·지지자의 상향식 공천 방식으로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1987년 이후 3김시대로 대변되는 시절 정당공천은 총재나 지도부 그룹의 전유물이었다.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전형적인 하향식 공천이 이뤄졌고 계보와 계파의 근거지가 됐다. 2000년대 들어 민주당 안에 국민경선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2000년 6.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 도봉구을 지구당이 도봉 제4지역선거구(방학1, 2동 도봉1, 2동) 서울시의원 보궐선거 후보 경선에서 지구당 당원 1만1900여명 가운데 3000여명의 당원이 참여하는 예비선거를 통해 후보자를 선출하는 실험을 펼친 것이 첫 사례다.

민주당은 이후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대의원 1만5000명, 일반당원 2만명, 국민선거인단 3만5000명 등 전체 7만 명으로 투표인단을 구성하는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했다. 민주당은 같은 해 치러진 제3회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후보자 155명 가운데 48.4%(75명)를 상향식 경선을 통해 선출했다. 개방적 경선을 통한 정당 민주화의 진전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조직동원 정치’의 부작용도 컸다. 당원과 지지층 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역 내 기반 토호세력이나 자금력이 있는 후보가 우위를 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는 정당공천이 기초의원까지 확대되면서 기성 정치권의 지방정치에 대한 개입과 장악이 확대됐다. 선거연령을 만19세로 낮추고 기초의원 선거를 소선거구제에서 한 선거구당 2~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로 변경하고, 비례대표제를 기초의회까지 확대했다. 이같은 선거제도 변화는 정당의 책임정치 강화라는 측면과 더불어 ‘줄투표’ 현상으로 이어졌다. 중앙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이 지방의회·자치단체까지 확산되는 ‘심판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확인된 선거다.

당시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은 전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패배했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230명 가운데 19명만 당선되는 참패를 경험했다. 또 이전 선거에서 본격화된 상향식 경선 원칙은 ‘전략공천’으로 불리는 지도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무력화되기도 했다. 민주당의 16개 시도지사 후보 가운데 경쟁 방식을 택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정부 심판론’에 따른 후보 구인난이 겹치긴 했으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지도부가 언제든 상향식 선출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아픈 대목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시민공천배심원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공천실험이 펼쳐졌다. 여론조사나 당원 투표 중심의 경선방식에서 탈피해 유권자와 전문가를 무작위로 선정해 합동연설회·정책토론회 등을 거친 후 후보자를 평가하는 ‘숙의 민주주의’ 형태를 도입한 것이다.

인기 영합주의나 조직 동원 선거를 막아보자는 취지였는데 배심원단 선정 등에서 ‘손이 탈 수 있는 제도’라는 한계가 드러났다. 특정세력과 인연이 있는 여론조사 회사가 배심원단 선정 작업에 개입하는 등의 허점이 노출됐다. 실제 광주광역시장 경선은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하려다 일부 후보가 반발하면서 여론조사 경선 등으로 바뀌기도 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의회·단체장의 정당공천 폐지를 추진했다가 당이 분열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2012년 대선에서 패한 야당은 합당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을 구성했고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로 출발했다. 이들은 ‘새정치’를 기치로 기득권 내려놓기와 대국민 약속 이행을 명분 삼아 기초선거 무공천 당론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을 유지하는데 야당만 무소속 후보를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새정치라는 프레임과 지방자치 권력을 사수해야 하는 ‘생존 프레임’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4년 4월 전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거쳐 ‘무공천 방침’을 철회했고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사실상 붕괴됐다.

2018년 지방선거는 정당공천의 위력을 재확인하면서 민주당 사상 가장 큰 승리로 기록됐다. 당시 문재인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기반으로 문 대통령과의 인연 등을 강조하는 ‘친문’ 그룹이 주류로 등장해 국회와 지방자치 선출직을 동시에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광역비례대표 경선에서는 권리당원 100% 투표로 후보자를 정하고, 기초비례 후보에서는 상무위원 50% 권리당원 50%의 투표를 반영했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가·감산 규정을 정비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도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 등이 관여해 ‘전략·단수공천’ 등의 이유로 개입하면서 빛이 바랬다. 특정 세력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서 경선 배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강선우 의원과 김 경 전 서울시의원의 금품공천 의혹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4무·4강 공천’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당 지도부가 갖고 있던 전략공천을 포기하고 억울한 컷오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물론 정당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크게 좌우되는 상황에서 예비경선 등에서도 확장성보다는 당원 게시판에 초점을 맞추는 극단적 선명성 경쟁을 염려하기도 한다. 휴대전화 등을 통한 여론조사 성격의 경선이 일반화되면서 정책이나 비전보다는 조직력 위주의 평가가 이어진다는 우려도 계속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