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 위에 흐르는 사랑과 헌신, 연극 <슈만>

2026-03-11 13:23:3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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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로베르트 슈만과 그의 영원한 뮤즈 클라라, 그리고 그들의 삶에 운명처럼 끼어든 천재 음악가 브람스. 클래식 음악사에 길이 남은 세 예술가의 이야기가 대학로 굿씨어터 무대 위에서 깊이 있게 되살아난다.

연극 <슈만>은 천재들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예술을 향한 열망과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헌신’의 의미를 무대 위에 차분히 펼쳐 보인다.

이번 공연에서 로베르트 슈만 역은 박상민이 맡아 광기와 천재성의 경계 위에 선 예술가의 불안한 내면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음악적 이상을 좇으면서도 자신의 정신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직감하는 슈만의 고통은 박상민의 섬세한 떨림과 깊은 눈빛을 통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특히 환청과 불안 증세로 괴로워하며 클라라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은 무대의 공기를 단숨에 팽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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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의 아내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역에는 정애연과 김정화가 캐스팅되어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필자가 관람한 회차의 정애연은 묵묵히 남편을 지켜내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절제된 연기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흔들리는 슈만을 붙잡고 가정을 지키려는 그녀의 뒷모습은 연민을 넘어 깊은 존경의 감정까지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슈만의 제자이자 클라라를 연모한 요하네스 브람스 역에는 김이담과 오승윤이 열연을 펼친다. 김이담이 보여준 브람스는 스승에 대한 존경과 연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 예술가의 고뇌와 열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클라라를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과 음악적 교감을 나누는 장면들은 브람스가 평생 독신으로 살며 그녀를 지켰던 그 ‘조용한 헌신’의 시작을 설득력 있게 무대 위에 펼쳐낸다.

무대 위를 흐르는 슈만과 브람스의 클래식 선율은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익숙한 선율이 인물들의 대사 사이로 흐를 때마다 관객은 마치 1853년 독일 뒤셀도르프의 어느 거실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고풍스러운 소품과 세련된 의상은 소극장의 한계를 넘어선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며 몰입감을 더한다.

연극 <슈만>은 진정한 사랑이 소유가 아닌 헌신에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실력파 배우들의 뜨거운 앙상블이 만들어낸 이 무대는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사랑과 예술의 본질에 대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성큼 다가온 봄기운처럼 멈춰 있던 감성을 깨우는 연극 <슈만>은 오는 4월 12일까지 대학로 굿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