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지정학적 에너지 위기와 산업기회
미국-이란 간 전쟁이 3개월째로 접어들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호르무즈 해협 겹봉쇄로 해상 수송로는 마비상태다. 이 전쟁은 단순히 에너지수급 차질의 문제가 아닌 복합위기로 과거의 중동사태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인프라의 물리적 파괴로 인한 에너지수급 위기는 물론이고, 이로 이한 장기적인 에너지가격 상승이 산업내 제조원가나 물류비용을 급증시키는 산업경쟁력 위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석유화학·헬륨·비료 등의 교역 차질로 필수품의 공급망까지 교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한 대응력을 보여주고 있어 그 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에너지자급율 제고다. 중국은 비록 원유 수입 비중은 높지만 전체 에너지원의 에너지자급률은 80%가 넘어 외부충격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다. 이처럼 높은 에너지자급률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이미 10년전 세워진 정책목표로 그동안 석탄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자국내 자원과 역량을 결집하고 전기차 보급 등 수송부문의 에너지전환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사용하는 에너지를 전기화해 에너지 소비 기준 전기 비중을 30%까지 높였고, 그 전기는 국내산으로 보급하는 것이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경우 2025년 설비용량 기준으로 440GW가 신규로 설치되 전세계 신규 용량의 약 2/3에 달하고, 발전량 기준으로 중국 전체 전력의 40%에 육박한다. 전력의 대부분이 국내산이다 보니 금번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가격 상승에 영향을 덜 받는 구조다.
에너지자급률과 산업경쟁력 제고의 효과
또한, 현재 중국내 판매되는 신차 두 대 중 한 대는 전기차로 그 비중은 앞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그런 만큼 현재 수입 비중이 높은 원유 의존도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기적으로 꾸준한 에너지믹스 다양화, 수송부문 전기화, 에너지 국산화로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구축해 온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산업경쟁력 제고다. 단순히 에너지가격 상승을 억제해 자국 산업에 싸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산업경쟁력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다.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가격 및 산업공급망 충격이 경쟁국가들을 강타할 때 그동안 치열하게 쌓아온 국내시장 실적을 바탕으로 에너지전환 기술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번 중동사태로 부상한 에너지자립 필요성은 에너지전환 기술(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재생에너지설비 등) 글로벌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전쟁으로 인한 오일쇼크가 주유소 제품가격을 높임으로써 내연기관차 대신 배터리를 품은 전기차로의 전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해 미국인들이 고물가를 피부로 느껴 소비 행태를 바꾸는 심리적 기준선을 넘겼다. 이 수치를 동일 조건하에서 전기차 사용자의 전기료로 환산해 보면 갤런당 1.7달러에 불과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전망을 뒷받침한다.
에너지저장장치의 경우도 국내산에너지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전력안정화 설비다. 지난달 글로벌 에너지분석 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최근 가격하락 및 수요증가에 기반해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 설치시장이 3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5년전 태양광 수요·공급이 늘어 가격이 하락하고 보급이 확대된 흐름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중동전쟁 후 에너지전환 주인공은 중국
중동사태 이전부터 이미 중국은 에너지전환 기술의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면 중국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된다. 에너지전환 싱크탱크 엠버(Ember)에 의하면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중국의 태양광·전기차·배터리 수출은 219억달러를 기록해 작년 3월 대비 70% 증가했다고 밝혀, 수출실적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및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개발도상국의 경우 공급이 불안한 화석연료 대신 중국이 제공하는 저렴한 재생에너지 제품을 사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덴마크는 풍력, 프랑스는 원자력, 일본은 고효율차의 수요 증가를 토대로 지난 반세기 동안 관련 산업의 글로벌 시장을 리드해 왔다. 역사적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에너지전환을 동반해왔다.이제 중국의 차례인 것 같다.
김·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