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광장은 누구의 것인가

2026-05-13 13:00:07 게재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조형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6.25 전쟁 참전국에 대한 예우를 담아 우리나라를 포함한 23개 국가를 상징한다는 석재 조형물이 세종문화회관 앞쪽에 배치돼 있다.

화려한 준공식 한편에서는 ‘감사의 정원’ 조성 전부터 제기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받들어총’ 모형 석재 조형물을 비롯한 전쟁기념물이 ‘촛불’과 ‘응원봉’으로 시민들이 지켜낸 광화문광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6.3 지방선거가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준공식은 특정 정당 후보로 나선 현직 시장에 대한 지원사격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추진과정에서 정부와 빚은 갈등이나 찬반 논란과 무관하게 다른 점이 궁금해진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과 2022년 두차례에 걸쳐 차량이 다니던 도로를 축소했고 지금의 ‘광장’을 조성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광장’은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터’다. 두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공사에 투입한 예산은 차치하고 서울시는 어렵사리 조성한 ‘넓은 빈터’를 왜 자꾸만 채우려고 할까. 앞서도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그 기억이 채 잊히기도 전에 시는 ‘감사의 정원’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대규모 조형물만 문제일까. 광화문광장은 비어 있을 틈이 없다. 여름이면 물놀이장이 들어서고 겨울이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가 하면 각종 가건물과 대형 천막들이 수시로 세워진다.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에서 주관하는 각종 행사용이다. ‘광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행사용 차량이 떡하니 시민들 걸음을 막는가 하면 소속을 알기 어려운 행사 관계자가 통행을 제한하기 일쑤다.

시청 앞 서울광장도 녹지광장인 ‘열린 송현’도, 청계천 입구 청계광장도 공공의 행사장으로 더 익숙하다. 자치구 광장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불상과 석탑 조형물에 연등으로 가득 차 있다. 연말과 연초에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따뜻한 겨울나기 온도탑이 세워진다. 공공이 각종 행사로 광장에 판을 벌이고 정작 주인인 시민들은 그 판에 끼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시민을 핑계로 광장을 조성한 뒤 공공이 독차지하는 기형적인 현상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여유 공간이 없는 지자체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몰리는 광장을 그냥 ‘두고 보기’ 아까울 것이다. 계획 중인 행사와 엮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가 얻어질 거라는 계산 속도 있을 테고.

하지만 공공이 의도적으로 채우는 광장은 더 이상 광장이 아니다. ‘야외행사장’일 뿐이다. 굳이 행사를 열지 않아도, 거리 공연단을 배치하지 않아도 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찾고 광장에 있던 시민들이 호응하는 그런 광장을 보고 싶다. 그게 당초 광장을 조성한 이유가 아니었나.

김진명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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