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한은, 연내 기준금리 2회 인상 전망"
국고채 금리 상승 … 시장은 이미 ‘긴축’ 선반영
깜짝 성장·고물가 영향 … 내년까지 3~4회 인상
주요국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 본격적으로 거론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한국은행이 그간의 기준금리 동결 및 인하 기조를 철회하고, 연내 두 차례 금리를 올리는 ‘인상 사이클’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국고채 금리가 폭등하는 등 채권시장은 이미 긴축은 선반영하는 중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채권금리, 3~4회 인상 선반영 =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9bp(1bp=0.01%p) 오른 연 3.598%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950%로 4.1bp 상승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2.9bp, 2.9bp 상승해 연 3.777%, 연 3.485%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3.939%로 3.0bp 올랐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1.7bp, 1.6bp 상승해 연 3.850%, 연 3.703%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국고채 3년물 금리 3.5% 돌파는 단순히 금리가 상승했다는 평가에 그치지 않고 시장이 사실상 3~4회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1회 조정 폭(0.25%p)을 고려할 때, 현재 금리 수준은 향후 기준금리가 3.0%를 넘어 3.25~3.50% 수준까지 상향될 수 있다는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와 3년물 간 100bp 격차(스프레드)는 통상적인 스프레드 허용 범위인 -50bp~+50bp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역사적으로도 이례적 수준”이라며 “시장 전반에 강한 금리 인상 경계감이 팽배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1분기 GDP 서프라이즈…인플레 우려 = 주요 증권사들은 5월에 금리 인상 시그널이 등장하고 연내 2회 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의 이런 전망 변화에는 지난달 23일 발표된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결과가 근거로 작용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경제 성장은 그동안 한은이 추가 긴축에 신중을 기했던 핵심 배경인 ‘내수 둔화 및 성장 하방 리스크’를 완화시켰다.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경기 방어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즉 ‘물가 안정’으로 급격히 이동하게 됐다.
특히 중동전쟁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며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긴축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호주와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더 늦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막겠다”며 선제적으로 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 당국자들 또한 인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거론하며 글로벌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다시 긴축으로 쏠리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나온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은 시장의 인상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부총재는 “이제는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올해 인상 사이클로 전환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례적으로 강력한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견해를 넘어 신임 총재의 정책 의중이 깊게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한은 부총재의 발언은 상당 부분 총재 및 집행부와 조율된 의견으로 판단한다”며 “주요 선진국의 성장보다 물가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인식과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3~4분기 릴레이 인상 유력 = 증권사별 인상 단행 시점은 7월부터 11월까지 다양하나 하반기 인상에는 공감했다.
김명실 연구원은 한은의 단기 시나리오로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2.0%→2.7%)과 물가(2.2%→2.7%)가 동반 상향 조정되며 하반기 인상 신호를 강하게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오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상 시그널을 제시한 뒤, 7월에 0.25%p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연구원은 “현재의 중동 전쟁 상황은 우리보다 경기가 부진한 유로존, 영국, 캐나다 등에서도 성장보다 물가를 중시해야 할 상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며 “한은의 공식적인 정책 전환 시그널이 시작되면서 점도표와 소수의견 등장 시점에 따라 7월과 8월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에서 뚜렷한 인상 시그널을 제시하고, 8월에 실제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라며 “그 이상의 추가적인 인상은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 여건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까지 확인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경제 성장과 물가 전망이 동반 상향 조정되는 것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11월경 한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