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 무대에 쏘아올린 ‘AI 국민배당’

2026-05-13 13:00:41 게재

김용범 실장 “AI 인프라 시대 과실, 구조적 환원돼야 … 체제유지 비용 성격”

이 대통령 ‘기본소득’ 철학과 연결점 … 지방선거 전 정책공세에 ‘부담’ 지적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시하면서 각종 해석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김 실장이 제기한 국민배당이 결국 AI시대 불균형 완화를 위한 고민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부터 피력해 왔던 기본소득 철학과도 연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청와대는 코스피지수 하락 등 논란이 커지자 “김 실장의 개인 의견”이라며 무마에 나섰다. 그러나 AI시대에 소수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부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가라는 화두 자체는 이미 공론의 장에 던져졌다.

김 실장은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인프라”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이 가설이 맞다면 (한국경제는) 구조적 희소성과 지속적 초과이윤을 기반으로 한 ‘기술독점경제에 가까운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이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며 궁극적으로는 ‘체제전환’까지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통계 체제나 거시 변수들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국가 위상, 자산가격 체계, 국민의 소비구조, 글로벌 인재 흐름까지 모두 바꾸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나라는 부유해져도 부의 분포는 자동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서 AI시대 초과이윤의 사회적 분배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인프라 공급망에서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설계의 문제”라면서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 과실 일부는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개념도 제시하며 “초과이익의 일부를 현세대의 사회 안정성과 전환 비용 완화에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분배가 아니라 체제 유지 비용의 성격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AI시대가 본격화될수록 기존 체제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 간극을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메워야 한다는 고민인 셈이다. AI 시대 초과이윤의 사회적 환원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논의가 확산하는 주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AI 확산이 불평등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정치권에서는 김 실장의 문제의식이 이 대통령이 과거부터 강조해온 기본소득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9년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 비중이 줄고 소수가 과도한 초과이익을 차지하는 상황에서는 기존 시스템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고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주목하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집권 2년차와 지방선거 국면을 앞두고 다시 기본소득 의제를 점화시키겠다는 시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AI 산업 성장에 따른 초과이윤 공유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통해 기존 기본소득 논의를 진화시켰다는 평가다.

반면 김 실장의 메시지가 주식시장 조정의 빌미로 작용하며 타이밍이 나빴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정책 등 청와대발 정책공세가 돌발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야당이랑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공산주의적, 사회주의적 발상이니 하는 것은 너무 왜곡한 것”이라고 김 실장을 옹호하면서도 “(청와대 정책실장) 존재 자체로 무게가 매우 크게 실리는, 즉 우리경제 정책의 방향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책실장이 올린 내용은 다소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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