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룰이 승부 가른다…민주 경선 수싸움 치열
토론회·예비경선 앞두고 유리한 위치 선점 경쟁
선명성 강조·네거티브 공세 차단 위한 대책 부심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시·도지사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각 후보 진영 간 경선 룰을 둘러싼 수싸움이 달아오르고 있다. 토론회 방식과 횟수, 캠프에 합류한 현역 국회의원의 공개 등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 경기, 전남·광주 등 권리당원 100% 예비경선을 치르는 곳에서는 후보 진영의 반응이 더욱 민감하다. 경선 룰 설정이 곧 결과라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경선은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의 TBS 시민토론회 불참 사태를 계기로 경쟁후보측의 집중 공세를 받고 있다. 중앙당 선관위가 정한 3번의 토론과 2번의 합동토론회 일정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 후보 측이 불참을 통보하자 TBS측은 모든 예비후보가 참석하지 않은 토론회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박주민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TBS 서울시장 후보 시민토론회가 정 후보 측 불참으로 무산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 1000만 서울 시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라면 시민들이 지켜보는 공론의 장에서 비전을 더 많이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전현희 의원도 10일 “혼자 토론을 거부해서 그로 인해 다른 후보들의 토론 기회나 검증 기회조차 막는 것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고 당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김영배 의원은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3월 말 1차 예비경선을 하고 4월 중순에 2차 본경선을 한다는 건데, 그 과정에서 온라인 토론 두 번 정도만 하고 표결하겠다고 돼 있다”며 ‘맹탕 경선’ 우려를 공개 제기했다.
정 후보 측은 11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수습에 나섰다. 정 후보측은 “당 선관위에서 추가로 토론회를 주관한다면 횟수에 관계없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SNS에서 정원오 당시 성동구청장을 공개 칭찬한 이후 형성된 ‘명픽’ 프레임이 경선 구도를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된다. 정 후보가 경선 슬로건으로 ‘이재명정부 서울시장’으로 내걸고 명심마케팅에 나선 것도 같은 연장선이다. 정 후보 캠프 이정헌 수석대변인은 11일 “정체돼 있는 서울시를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하나씩 국정의 성과를 내고 있는 이재명정부와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전했다.
경쟁후보측에서 정책토론회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 후보측은 현역 국회의원의 캠프 직함 공개를 막고 있는 당 선관위 금지규정을 비판했다. 정 후보측은 11일 선거대책위원장인 이해식 의원을 비롯해 △선거대책총괄본부장 채현일 △정책본부장 오기형 △수석대변인 겸 미디어소통본부장 이정헌 △전략본부장 겸 조직본부장 박민규 등 서울 지역 현역 의원 5명이 합류했다고 소개했다. 민주당 선관위는 이번 경선에 앞서 경선규칙을 정하며 현역의원·지역위원장이 특정후보 캠프에 참여해 직함을 갖고 활동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채현일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원외 후보의 비전과 역량에 공감해 현역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고 돕는 것은 규제할 일이 아니라 권장해야 할 현상”이라며 반발했다.
통합특별시로 출범하는 전남광주에서는 공관위가 제안한 시민배심원제 경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이 제기됐다. 4선 중진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11일 국회에서 성명서를 내고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양 지역 유권자가 상대 지역 후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여론조사는 단순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기정 광주시장, 신정훈·정준호 의원 등 다른 후보들도 공관위를 시민공천배심원제 재검토를 요구했으나 반영이 무산됐다.
제주지사 경선에서는 후보 3명 가운데 2명이 검증 과정에서 감점을 안고 출전하게 됐다. 자신이 얻은 득표의 20~25% 범위에서 감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경선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현역단체장 등에 대한 평가 등을 통해 하위 판정을 받은 후보에 감점을 주고 신인·여성 등 후보에게는 가점을 주는 방식을 적용해 왔다. 실제 당원 투표 등이 반영된 경선에서 앞선 후보가 가·감산 반영 결과에서 패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후보 대표 경력 문구를 놓고도 견제가 치열하다.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러지는 경선에서는 당원과 유권자 의견을 각각 50%씩 반영한다. 후보자의 대표 경력을 소개하는데 전·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응답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론조사 회사 관계자는 “호남이나 수도권 등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곳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한 인연이 있는 경력을 사용할 경우 5~10% 지지율 상승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현 대통령 실명이 후보자 인지도보다 높아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민주당 선관위도 이 점을 고려해 이번 경선에 앞서 대표 경력에서 대통령 실명과 당직에서 대표 이름을 넣는 것은 제한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